[증권]"잘하면 돈벼락" 증시 '보물선 신드롬'

  • 입력 2000년 12월 7일 18시 30분


7일 증시개장 직전 증권사들에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오전 8시 23분경 동아건설에 대해 갑자기 거래중단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보물선 발견이라는 믿기 힘든 재료에 투자자들이 과열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서” 거래소측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거래를 중단시킨 것.

거래소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임의로 거래중단 조치를 내린 것은 처음이다. 거래중단이 내려진 시각에 동아건설 주식을 상한가에 사겠다는 주문이 이미 706만주(전체 유동주식수의 18.7%)나 들어와 있었다. 동아건설 주식은 회사측이 관련 사실을 공시한 뒤 1시간 뒤에 거래가 재개될 수 있다.

보물선 신드롬은 ‘보물선 발견’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5일 시작됐다. 5일과 6일에 동아건설 상한가 잔량이 각각 725만여주(19.2%), 2711만여주(71.7%)나 쌓였다. 반대로 매물이 쑥 들어가면서 거래량은 급감했다. 평소 200만주에 이르던 동아건설의 거래량은 5일 98만주, 6일 13만주에 그쳤다.

왜 이런 소동이 일어났을까.

투자자들이 동아건설 주식이 ‘희대의 폭죽주’가 될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꿈같은 얘기지만, 문제의 보물선에서 정말 50조원 상당의 금괴가 발견된다면 동아건설은 하루 아침에 ‘알짜기업’이 되고 주가는 수백∼수천배로 뛸 수 있다.

동아건설의 6일 현재 주가는 410원. 9월말 현재 자본잠식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현 주가도 비싼 편이다. 대우증권 박용완 연구위원은 동아건설이 보물선 금괴중 10%를 배분받으면 곧바로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 7만5000원가량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80%를 갖게 된다면 적정주가는 68만원까지 갈 수 있다는 것. 해저유물은 해당 해역에 대한 영유권을 갖는 주권국의 소유이며 발굴사업자는 최대 80%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니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시쳇말로 ‘꽝이면 본전이고 터졌다 하면 팔자 고치는 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죽이 정말로 터질 수 있을까.

박용완 연구위원은 △보물선인지 △50∼150조의 금괴가 들어있는지 △러시아와 소유권 분쟁 우려는 없는지 △동아건설이 이익금을 얼마나 배분받을지 등 모든 점이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워낙 재료 없고 재미 없는 약세장이 이어지다 보니 돌출적인 재료에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물선 신드롬은 6일 전날의 나스닥지수 급등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냉정하고 침착한 대응과 비교된다. 국내투자자들은 ‘그린스펀 효과’에 따른 주가급등이 멀리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외국인들에게 물량을 넘기면서 일단 증시에서 발을 뺐다.

대우증권 심상범 선임연구원은 “국내투자자들은 금리 결정을 위한 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미국 증시에서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미국 투자자들보다 하루 앞서 그 결과를 알아맞히고 주가에 반영하는 모습을 올들어 뚜렷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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