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책연구기관 이대로 안된다

  • 입력 2000년 12월 5일 18시 51분


상당수의 국책연구기관이 내부 잡음으로 파행 운영되면서 이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몇몇 국책연구기관은 기관장의 비합리적인 운영과 전횡으로 연구기능이 사실상 마비되고 있다.

통일연구원의 경우 곽태환(郭台煥)원장의 특정지역 비하발언과 비상식적 인사로 연구원들이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김성동(金成東)새 원장 내정자가 교육부 재직 시절 무리한 정책을 도입하는 등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교총과 전교조로부터 내정철회를 요구받고 있다. 청소년개발원 최충옥(崔忠玉)원장은 올해 초 연구진에 폭언을 했다 해서 반발을 샀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상진(韓相震)원장은 외규장각고문서반환문제와 원장임기연장문제로 연구원 안팎에서 사퇴압력을 받고 있다. 공금남용 임용부정 등의 혐의로 임기를 못 채우고 중도하차한 기관장도 있다.

이 같은 갈등의 이면에는 대부분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있다. 박사급인 엘리트 연구원들을 이끌 기관장으로 전문성과 덕망이 부족한 인사가 내려오면서 상하간 갈등이 빚어지고 이는 연구의욕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경영부실과 구조조정 실패로 이어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보면 최근 국책연구기관 파행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성과보다는 ‘자리’활용에 더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국책연구기관이 정부 입맛에 맞는 연구결과만 내놓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는 정부에 불리하거나 정부입장과 다른 연구결과나 의견을 내놓았다가 문책을 당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올 여름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문제점을 다룬 논문을 자체 간행물에 발표하려했다가 이 간행물 발간이 중단되기까지 했다.

국책연구기관의 존재이유는 연구원들의 연구결과를 모아 국가가 보다 바람직하고 훌륭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도움을 주자는 데 있다. 이런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토록 하려면 국책연구기관에 대한 일대 쇄신이 필요하다.

먼저 기관장에서 연구원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인사를 해야 한다. 연구업적 경력 덕망 등에 있어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사람을 기관장으로 선임해야 한다. 사용되는 예산에 걸맞은 연구성과나 국가발전대책을 내놓고 있는지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도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관장 중간평가제 도입도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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