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김홍식/전자상거래로 디지털 강국을

  • 입력 2000년 12월 1일 18시 31분


지금 한국에 붙일 수식어를 찾는다면 무엇일까. '인터넷 강국' 이라는 단어가 제격이 아닐까. 선진국과 후발국의 협공을 받아서 나라의 위상이 갈수록 좁아져 가는 때에 이런 수식어는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얼마 전 '아시아 위크' 지는 한국의 인터넷 사용인구가 1600만명이고 2003년까지는 300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보도를 했다. 기업들의 인터넷 사업 진출도 절정을 이루고 있다. 마치 산업화의 시작이 늦어 선진국을 따라잡기 힘들었던 지난 세기에 대한 한풀이라도 하는 듯하다.

불과 2년 사이에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했다. 수많은 기업이 인터넷 사업에 앞다투어 진출했다. 이러한 경쟁적 진출은 우리가 지난날 경험한 생존의 법칙 때문이다. 선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절실히 느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날로그시대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남이 하는 것을 보고 가능성을 확인한 다음에 진출하는 방법도 괜찮은 전략으로 통했다. 하지만 디지털시대는 광속(光速)의 시대가 아닌가. 선점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고,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하는 주어진 시간도 엄청나게 짧아졌다.

기업에서 뿐만 아니라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디지털시대에는 제대로 된 국가경영을 위해서는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잡음과 먼지나 좀 나더라도 감수해야 한다.

과거에 우리는 성장을 위해 뛰어 넘어야 할 여러 가지 문제를 눈 앞에 두고 골머리를 앓아 왔다. 좁은 국토와 열악한 인프라, 투명하지 못한 거래와 비효율적인 유통체계 등으로 인해 많은 물류비용을 들이고 인력과 시간을 낭비해 왔다.

이러한 과제를 아날로그식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한꺼번에 뛰어 넘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전자상거래다. 현재 한국의 상황과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전자상거래는 디지털 경제로 가는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는 여러 면에서 나라 체질을 강화시켜줄 수 있다. 그 장점을 살펴보자. 투명한 거래 덕분에 세원(稅源)이 증가된다. 각종 정보가 공개되므로 소비자는 가만히 앉아서 비교해 보고 살 수 있어 공정한 게임이 이뤄진다. 거래비용의 감소로 판매가격이 낮아진다. 매장을 찾는 교통혼잡을 없애주므로 사회적 비용이 줄어든다. 또 이제까지 PC가 맡아온 인터넷 혁명이 TV나 휴대전화로 다양하게 확산됨에 따라 전자상거래에 대한 접근이 한결 쉬워진다. TV를 시청하듯 전자상거래에 동참할 수 있어 대중화의 길이 크게 넓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거품론에서 벤처를 꺼내어 줄 때가 됐다. 너무 조급했던 성과에 대한 기대를 잠시 억제하고, 심기일전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디지털 강국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힘을 모아야겠다. 더 압축해 말한다면, 먼저 전자상거래를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나라로 만들어 보자. 그것을 기반으로 디지털 강국으로 가는 길을 건설하자.

마침 한국은 전자상거래에 대한 운영 노하우를 일본과 중국에 수출할 정도로 앞서 있다. 이를 발판으로 앞으로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전자상거래를 주도할 수 있도록 적극 육성하고 참여하자. 디지털 시대를 열어 갈 가능성을 전자상거래에서 찾도록 하자.

김홍식(한솔CSN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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