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형근의 음악뒤집기]방황하는 청춘의 심정 담은 코코어의 'Boyish'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0시 59분


90년대를 대표하는 록 아이콘은 얼터너티브 음악이다. 90년대를 살아가는 미국 젊은이들이의 좌절과 비판의식을 냉소적인 시각으로 담아낸 얼터너티브 음악은 대륙 넘어 국내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멤버 커트 코베인의 자살로 신화가 된 밴드 '너바나'(Nirvana)는 수 없이 많은 밴드들에 의해 연주되었다. 얼터너티브 뮤지션들의 상업적인 질서에 타협하지 않는 '내 멋대로 해라' 식의 D.I.Y(DO It Yourself) 정신은 90년대 중반 홍대앞 클럽에서 일기 시작한 인디 밴드 활동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96년 클럽 드럭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한 밴드 '코코어'는 이런 면에서 90년대의 대표적인 록 음악 장르인 얼터너티브 음악의 태도와 양식을 견지한 밴드이다.

펑크음악의 대명사 '크라잉넛'이나 하드코어하면 떠오르는 '닥터코어 911'처럼 '코코어'는 홍대 일원의 클럽 매니아들에게 얼터너티브하면 떠오르는 밴드 중 하나다.

98년 발표된 데뷔앨범 'Odor'는 '너바나 카피밴드'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얼터너티브 음악의 거친 느낌에 충실했고, 97년에는 클럽 밴드들의 너바나 헌정 앨범인 'Smell Like Nirvana'에 참여하기도 했다.

'코코어'의 음악을 한마디로 말하면 '분노' 혹은 '허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두 번째 앨범 'Boyish'를 통해 포크, 테크노적인 요소들을 도입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그리고 그간 밴드가 들려주었던 탁한 질감의 음악 역시 유효하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주목해야 할 사실 중 하나는 복고적인 록앤롤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원더버드 키보드 주자 신윤철의 프로듀싱 참여이다. 그간' 삐삐롱스타킹'의 멤버였던 고구마, 박현준과 함께 원더버드를 통해 흥겹고 재기 발랄한 음악을 들려주었던 신윤철은 코코어의 이번 앨범에 DJ 스크래치를 삽입해 코코어의 음악을 한층 리듬감 있게 만들어 놓았다.

이런 리듬감은 '암스테르담', '야간비행', '오늘부터 우리는'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나즈막히 세상을 향해 읊조리는 듯한 포크록 곡 'Sunset In Your Eyes', '달빛', '오늘부터 우리는' 등을 비롯해 앨범이 발표되기도 전에 Korea.com TV CF 의 배경음악으로 먼저 선을 보이기도 했던 '풍각쟁이' 등이 수록되어있다.

출구 없는 청춘의 갑갑함과 세상에 대한 좌절을 때로는 나즈막하게, 때로는 폭발 직전의 사운드로 표현해낸 코코어의 음악은 앨범 타이틀 'Boyish'가 보여주듯 사춘기 소년의 변화무쌍한 심리를 느낄 수 있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 atari@donga.com

♬ 노래듣기

  - 풍각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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