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대근/사형제의 '앞과 뒤'

  • 입력 2000년 11월 8일 18시 58분


사형수들의 목소리는 경건하다. 때로는 영혼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대부분 처음에는 사회에 대한 분노로 잠을 이루지 못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종교에 귀의, 의연하게 ‘예정된 죽음’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97년 12월 형이 집행된 한 사형수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을 깨우쳐 줘 고맙다”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법무부는 관련 자료의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사형수는 4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48년 이후 형이 집행된 사형수는 900여명에 이른다.

▷사형은 가장 오래된 형벌 가운데 하나다. 우리의 경우 고조선의 팔조금법(八條禁法)에 ‘사람을 죽인 자는 역시 죽음으로 다스린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것이 오늘날의 형법 제250조로 이어졌다. 범죄에 대한 응보(應報)수단으로 수천년 동안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96년 11월 사형제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사형제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악’이라는 게 결정요지였다.

▷그러나 세계적인 추세는 사형제 폐지 쪽이다. 엊그제 유럽회의 41개 회원국 대표들은 로마에서 모임을 갖고 평시와 전시를 가릴 것 없이 사형제를 폐지하자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회원국 가운데 알바니아 러시아 터키 등은 전쟁시의 사형제를 유지해 왔으나 이를 폐지키로 한 것이다. 77년 사형제 폐지운동을 시작한 국제사면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105개 국가가 사형제를 폐지했으며 미국 중국 등 90개 국가는 이 제도를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형제 폐지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학계 종교계 법조계 인사들이 중심이 된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공동회장 이상혁 변호사)는 최근 세미나를 열고 사형제의 대체형으로 일정기간 가석방을 할 수 없는 종신형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들은 “사형제는 법으로 생명을 박탈하는 또 다른 살인”이라며 사형제 폐지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고 있다. 상당수 여야의원들도 여기에 호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들어선 한차례도 사형집행이 없었다는 것도 사형제 폐지론과 관련해 시사적인 대목이다.

<송대근논설위원>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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