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현대주가 차별화 돌입

  • 입력 2000년 11월 1일 18시 33분


‘몽구와 몽헌은 다르다.’

현대건설 사태에 대한 증시의 반응이다.

현대건설을 중심으로 한 현대그룹의 유동성 리스크도 정몽헌(MH)계열로 범위를 좁혀지고 있는 것.

시장과 투자자들이 현대그룹의 계열분리에 대한 의구심을 접고, 차별화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다.

1일 현대그룹 계열사 주가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면치못했다. 종합지수가 모처럼만에 6% 이상 급등하는 초강세를 보였지만 투자자들은 현대그룹주를 매몰차게 내던졌다. 전날 1차부도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현대건설은 개장하자마자 하한가로 급락했으며 현대증권 현대상사 고려산업개발 등도 주가가 떨어졌다.

이에 반해 현대자동차 현대산업개발 등 그룹에서 진작 분리된 구(舊) 현대주들은 이틀째 상승세를 타는 등 ‘주가 차별화’의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대우증권은 이날 현대백화점이 최근 현대리스크로 인해 과도한 주가하락을 보였다며 “그럴 만한 이유가 없다”는 논지로 매수추천을 하기도 했다.

동원경제연구소 정훈석연구원은 “10월초부터 MH계열(전자 건설 증권 상선 등)의 주가가 종합지수 대비 하락폭이 깊어진 반면 현대자동차 등 정몽구(MK)계열의 주가는 종합지수를 추월하는 상승세를 탔다”며 “MH계열은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한 추세반전의 가능성이 별로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유동성위기와 현대투신증권의 외자유치 난항으로 요약되는 현대그룹 문제는 MH계열에 국한시켜봐야 한다는게 시장의 논리라는 설명이다. 특히 현대그룹의 계열분리는 최악의 상황(현대건설부도 및 외자유치 실패)에 대비한 수순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

외국인의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외국인들은 9월 이후 MH계열의 현대전자와 현대건설,현대상선주식을 집중매도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1844만주를 순매수해 지분율을 35%에서 42%로 끌어올렸다.

한편 정몽준(MJ)계열의 현대중공업은 그룹 계열사 관련 채무보증액이 총 9210억원(현대건설 채무보증액 3150억원 포함)에 달하는 등 적지않은 그룹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게 문제. 미래에셋증권 박영호연구원은 “부실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해도 현대건설의 퇴출이 공식화될 경우 이로 인한 손실부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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