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조중연전무 "냄비같은 책임론, 너무합니다"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0시 43분


"책임지라구요? 좋습니다. 그렇지만 언론이든 축구팬이든 너무 '냄비'처럼 움직이는 것 아닙니까? 한 게임 이기면 박수치고 한 게임만 지면 우루루 들끓으니…"

한국축구 행정사령탑의 핵심인물인 대한축구협회 조중연전무. 그는 동아닷컴과의 전화인터뷰서 맥빠진 목소리로 '책임론 제기'에 대해 섭섭해 했다.

'전략도 전술도 없는 축구, 개인기도 끈기도 투지마저도 없는 선수들, 척박한 환경…'

그는 볏단처럼 쌓여있는 한국축구의 숙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23일 그는 조용히 비행기 트랩에 올랐다. 아시안컵대회가 열리는 레바논으로 향했다.

'대외적'인 목적은 '대망의 이란전' 격려. 그러나 속마음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여론은 '이란전 패배는 감독경질, 축구협회 집행부 사퇴'. 그런 여론의 부담을 앉아서 고스란히 받기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이란과의 경기서 이겼을때 어떻했습니까. 잘했다고 박수치지 않았습니까.그런데 사우디와의 경기서 졌다고 이렇게 돌을 던지는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전쟁중엔 장수를 바꾸지 않는 법인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믿고 따라줘야 합니다."

'전쟁중엔 장수를 바꾸지 않는 법'? 아찔했다. 98프랑스 월드컵 당시 한국대표팀 단장으로,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으로 있었던 그의 말이 귓전에 생생하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대회중 감독을 교체하는 것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하지만 누군가 책임을 져야 …". 그는 이런 말과 함께 당시 차범근감독을 중도하차 시켰다. 소신(?)이 바뀌었기 때문이었을까.

"글쎄, 종합적인 문제를 점검하고 대책을 세울 겁니다. 돌아가서 많은 의견을 듣고 결정을 내릴 것입니다.감독이 문제가 있으면 책임을 묻고 협회에 문제가 있으면…"

축구선수로, 감독으로, 축구행정 사령탑으로 축구인생을 펼쳐온 조전무. 그는 현재의 한국축구를 어떻게 진단할까. 또 일본축구비상(飛翔)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일본축구가 최근에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것이지요. 그 원인은 축구환경에 있습니다.제도도 그렇고 …"

축구환경 그것이야 말로 축구협회에서 할 일이 아닌가. 순간 '모범답안'이 흘러 나왔다.

"협회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잘나가던 한국축구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습니까?"

"백만명중에서 뽑은 선수들과 1만5천명중에서 선발한 선수들의 차이는 어쩔수 없는 것 아닙니까. 한국은 등록선수가 1만5천명 밖에 안돼요. 옛날에는 한국축구가 강했다고 생각하시죠? 그러나 월드컵에 진출한 것은 두번 밖에 없습니다.54년 86년. 그런데 최근엔 어떻습니까? 4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 맞는 말이다. 적어도 기록상으로는. 그러나 어딘가 시원치 않다. 듣기에 따라서 '지금이 한국축구의 전성기'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축구인들과 축구팬들의 체감지수는 어떤가."YES"라고 긍정하기엔 너무 큰 간극이 있지 않은가.

"허감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에게 너무 예민한 질문이었을까.허감독 임명은 그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다고 알려져있다. 대답은 "…".

"11월3일 전직 월드컵대표팀 감독들이 만나 한국축구에 대해 논의한다고 들었는데..."

"아 그거요, 말그대로 월드컵대표 감독으로 있었던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거기서 나오는 대책들을 고려할 수는 있겠지요. 전문가들의 의견이니까요."

힘들 것이다. 그도. 축구팬들의 들끓는 여론도 그는 알고 있을 것이다.

"힘드시죠? 축구협회 끌어가시기가"

"먼 훗날을 위해 축구대표팀을 젊은사람들로 꾸렸다고 칩시다. 맨날 지겠지요? 그러면 또 이런저런 말이 나옵니다. 축구협회 행정이라는게 열매도 따면서 나무도 심어야 하니..허허!"

인터뷰 내내 맥이 빠진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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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호/동아닷컴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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