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상처뿐인 펀드시장' 외국합작 운용사 몰려온다

  • 입력 2000년 10월 29일 18시 42분


주식투자자들이 고를수 있는 투자신탁과 자산운용회사의 폭이 넓어진다. 대다수 주식형 간접투자상품이 원금 손실을 입어 토종 투신과 자산운용사가 존립위기에 빠진 틈을 타 합작 투신 및 자산운용사가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철저한 위험관리를 바탕으로 한 펀드운용을 앞세워 토종 운용사를 압박할 움직임이다. 과연 이들이 펀드투자에 멍든 투자자들의 구미에 맞게 투자자들이 맡긴 돈을 잘 굴릴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글로벌스탠더드’를 무기로〓대표적 합작 투신(자산)운용사는 주은투신운용(ING그룹·이하 합작파트너)과 외환코메르츠투신운용(코메르츠방크) 매커리―IMM자산운용(매커리은행) 등이다. 템플턴투신운용은 템플턴그룹이 지분을 100% 갖고 있다. 아이투신운용은 국내 개인이 대주주이지만 운용을 총괄하는 투자전략위원장(CIO)이 외국인이다.

외국인 임원들은 출신과 경력이 다양하지만 글로벌스탠더드를 적극 도입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주은투신운용 스튜어트 배리부사장(34)은 “ING의 투자철학은 고객과 한번 한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환코메르츠투신운용 롤프 뮐러―글로드부사장(48)은 국제 기준에 걸맞은 준법감시제 시행을 첫 손가락으로 꼽았다. 매커리―IMM자산운용 데이비드 크레이그사장(37)의 경우 호주의 체계적 투자기법을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방침이다.

또 템플턴투신운용 마이클 리드사장(43)은 50년간 자체 축적된 펀드운용 노하우를 한국에 적용한다는 전략을 숨기지 않았다. 아이투신운용 가이 스피어부사장(34)의 경우 정직한 운용을 통해 등돌린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다시 끌어내겠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서도동기(西道東器) 성공할까〓합작 투신(자산)운용사들은 대부분 고유의 투자철학을 실천할 국내 전문가를 활용하는 ‘서도동기’식 경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템플턴투신운용은 강신우상무(현대투신운용 출신)를, 매커리―IMM자산운용의 경우 이창훈상무(삼성투신운용 출신)를 각각 선임했다. 또 주은투신운용은 채권안정기금을 운용했던 펀드매니저출신인 백경호씨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양측의 견해가 서로 엇갈려 가장 중요한 자리인 총괄운용임원을 장기간 선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합작사의 경우 외국의 운용철학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펀드매니저들이 갈등을 겪거나 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

한국펀드평가 우재룡사장은 “기존 운용방식은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진국 기법을 어떤 자세로 수용하느냐가 성공과 실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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