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유일반도체 장성환 사장의 수법

  • 입력 2000년 10월 25일 18시 28분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은 “유일반도체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과 관련한 금융감독원 감사를 무마하기 위해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이 10억원의 로비를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렇다면 BW 저가 발행으로 관련 당사자들은 얼마나 이득을 보았을까.

25일 증권업협회 조사결과 김용환씨는 69만원을 3억6000만원으로, 유일반도체 장성환 사장은 5400만원을 30억원으로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일반도체는 작년 6월11일 BW 30억원을 발행하면서 ‘만기 50년 연이자율 7%’라는 특이한 조건을 달았다. 전직 펀드매니저로 알려진 김용환씨는 BW를 인수할 때 만기 50년을 적용해 채권을 현재가격으로 할인, 실제 지급한 대금은 1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발행목적을 운영자금 마련이라고 공시했지만 회사에는 30억원이 아니라 1억원만 들어왔기 때문에 운영자금 조달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씨는 BW를 인수하자마자 채권과 신주인수권을 분리, 이중 신주인수권 13만5000주를 장성환 사장에게 주당 253원에 넘겼다. 채권은 12월 유일반도체가 6700만원에 인수했다.

이를 모두 감안할 때 김씨의 투자원금은 69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장성환 사장은 주가가 떨어지자 손실금 보전 차원에서 김씨에게 2000만원짜리 신주인수권을 무상으로 줬다.

이 BW는 발행후 1년부터 권리행사가 가능했고 김씨는 올 6,7월 신주인수권을 전량 행사해 액면분할(5000원→100원)후 기준으로 보통주 200만주를 확보했다. 액면분할이 이뤄지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2만원에서 160원으로 조정됐다.

따라서 김용환씨의 평가이익은 25일 종가(340원) 기준으로 3억6000만원에 달한다.

한편 장성환 사장은 아직 신주인수권(1675만주)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25일 종가기준 평가이익은 30억1500만원이나 된다.

결국 장 사장은 BW 인수로 30억원이나 벌고 안정적인 경영권도 확보(지분율 13.20%→30.38%)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현재 지분율은 27.35%로 낮아졌다.

이같은 시세차익은 기본적으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을 당시 주가(10만원)의 5분의1 수준인 2만원으로 너무 낮게 결정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코스닥기업의 CB(전환사채)나 BW의 전환가격이 너무 낮다는 점을 인식했으나 올 10월에야 전환가격 산정기준을 개정해 ‘뒷북치기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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