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日 최대출판사 고단샤 편집책임 마쓰무라씨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8시 46분


“일본에서는 책 정가제로 출판 문화를 보호하는 시스템은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지난 주말 방한한 일본의 최대 출판사인 고단샤(講談社)의 편집 책임자 마쓰무라 모리타카(松村保孝·55)는 “인위적인 산업보호책은 일본처럼 결국 한계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각계 인사들의 월례 조찬모임인 ‘한강포럼’의 연사로 초청된 그는 연간 2조원이 넘는 매출액을 자랑하는 고단샤에서 뉴욕지국장과 ‘월간현대’ 편집장을 지냈다.

“80년대 이후 도서정가제와 서점의 반품을 허용하는 위탁판매제도가 일본 출판문화를 번창하게 했지만 지금은 이 제도로 인한 출판 거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는 상태입니다.”

실례로 마쓰무라씨는 출판사간 과당 경쟁, 이로 인한 덤핑판매 등을 들었다. 책을 소장용이 아닌 일회용으로 생각하는 소비자의 의식 변화도 꼽았다. 그 결과 잡지와 단행본을 반값 이하로 할인 판매하는 소위 ‘리사이클링 서점’이 번창해 올해 매출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출판계는 4년 연속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영상태가 최악입니다. 고단샤 등 5대 메이저 출판사를 제외하면 도산이 임박한 중견 출판사가 상당수에 이릅니다. 서점도 지난 6년간 600여개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는 출판계가 제도적인 보호책에서 탈피해 새로운 출판 마케팅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단샤의 경우엔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 도시문화 가이드북(시티 매거진)과 급증한 실버세대를 겨냥한 책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고급 독자의 욕구를 충족할 인문교양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고급 서적은 도서관 이용자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고 학술 교양서는 도서관을 상대하는 마케팅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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