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同姓同本(동성동본)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8시 31분


豪―호걸 호 族―겨레 족 遺―남길 유 祥―상서로울 상 婚―혼인할 혼 乖―이그러질 괴

지난 번에 ‘本貫’(본관)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本貫의 유래가 중국의 ‘群望’제도에서 유래했다고는 하나 중국에는 우리와 같은 本貫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의 群望은 일정 지역의 豪族(호족)을 지칭하는 것으로 사회적인 의미일 뿐 우리처럼 혈연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독 우리에게만 本貫이 있고 또 그것이 血族(혈족)을 세분하는 방법이 되었으며 그 관념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게 된 까닭은 儒家(유가)의 영향과 조선 양반사회의 遺習(유습)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姓은 父系(부계)의 血統에 따라 구분된 것으로 아무리 子孫이 갈라져도 영구히 변하지 않는 것으로 時間的인 의미를 띠고 있지만, 本은 始祖나 中始祖의 發祥地(발상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空間的인 의미가 강하다. 또한 姓이 공동의 祖上임을 표시한다면 本은 특정 지역을 기준으로 한 단일조상, 즉 同祖를 의미한다.

대체로 同姓과 同祖는 일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改姓, 改本이 많아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사회의 급격한 변천 및 귀화인 등으로 本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 近 300개의 姓氏에 本貫이 무려 3500개나 출현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같은 조상이라도 本이 다를 수 있으며 반대로 다른 조상이라도 本이 같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양자간의 관계를 보면 크게 同姓同本, 同姓異本, 異姓同本, 異姓異本으로 나눌 수 있다.

현행 법률에서는 同姓同本인 경우에만 혼인상 제한을 가하고 있지만 사실은 위에서 보듯 本의 출현 자체가 복잡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姓과 本의 相關關係를 규정짓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즉 異姓同本이나 同姓異本, 異姓異本이라도 시조가 같을 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핏줄간의 결혼을 금하는 것이라면 엄밀히 말해 同宗禁婚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법률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결혼에 있어 姓과 本의 일치 여부는 때로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실제로 관습적으로는 異姓異本간에도 禁婚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金海 金氏와 陽川 許氏, 安東 金氏와 醴泉(예천) 權氏 등이 그 예다. 法律로는 혼인이 얼마든지 가능하나 실제로는 禁婚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법조문과 현실 사이에 乖離(괴리)가 있음을 의미하며 그만큼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email.hanyang.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