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백화점 셔틀버스 운행금지 입법안 논란

  • 입력 2000년 10월 20일 18시 39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주부 김미경씨(34)에게는 백화점 셔틀버스가 ‘발’이다. 백화점에 갈 때는 물론 은행이나 관공서에 갈 때, 과천에 볼 일이 있을 때도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분당에선 버스 한번 타면 온 도시를 한바퀴 돌만큼 노선배치가 엉망이에요. 그나마 택시도 드물어 급할 때는 콜택시를 타야하죠. 신도시 사람들의 발 역할을 해온 셔틀버스가 없어진다면 혼란과 불편이 대단할 걸요.”

이 같은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을 둘러싸고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상인들이 뜨거운 ‘한판 싸움’을 벌이고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최근 여야의원 54명이 셔틀버스 운행금지 입법안을 제출하자 백화점 방문고객들을 대상으로 입법 반대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에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중소상인단체들은 “생존권 수호차원에서 셔틀버스 반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에 들어가겠다”며 입법되지 않을 경우 철시도 불사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고객 편의가 중요〓현재 백화점과 할인점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운행하고 있는 셔틀버스는 전국적으로 2500여대. 운수업계에서는 셔틀버스의 수송인력이 연간 100만여명이라고 집계하고 있다.

백화점협회 이영복(李永福)홍보과장은 “셔틀버스가 자가용 운행을 억제해 교통혼잡완화와 에너지절약에 기여해왔다”며 당장 버스가 끊길 경우 이에 의존해온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중교통이 미비한 분당 일산 등의 수도권 신도시에선 셔틀버스가 없어질 경우 ‘교통공황’마저 예상되고 있다. 지난주 말 서명운동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낼 만큼 주민들의 호응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영세상인의 생존권도 중요〓그러나 운송업자들과 슈퍼마켓 재래시장 등 중소소매상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올해 5월 중소상인들과 운송사업자들이 결성한 ‘셔틀버스운행근절 비상대책추진위원회’는 셔틀버스의 고객 싹쓸이로 중소유통상과 운수업계의 매출이 격감해 도산위기에 처했다며 정부에 대해 셔틀버스 운행금지 입법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비대위 황병태(黃炳泰)간사는 “할인점이 하나 들어설 때마다 인근 중소소매상의 매출이 30% 이상 격감하고 있다”며 “셔틀버스가 전국적으로 100만명 이상의 승객을 실어 나르고 있어 운수업계의 피해도 연간 수천억원대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고객편의 대 생존권?〓셔틀버스가 과연 고객을 위한 ‘공짜’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버스 운영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백화점과 할인점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셔틀버스 전쟁’은 고객을 업은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상인들의 대립 형국이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본질적인 문제로 급변하는 유통구조와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무대책을 지적한다.

남서울대 김창호(金昶鎬·국제유통전공)교수는 “국회와 정부가 무원칙하게 셔틀버스의 운행과 금지를 되풀이해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중소유통업의 체질강화나 신도시 운송체계개선 등 구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의 셔틀버스 운행금지는 ‘중소상인 달래기’의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대형유통업체 셔틀버스 현황
지 역운행대수
서울 608 (531)
부산 339 (304)
대구 50 (31)
인천 166 (135)
광주 101 (115)
대전 112 (68)
경기 578 (535)
강원 53 (23)
충청 162 (46)
전라 117 (44)
경상 209 (127)
제주 12 (10)
2507 (1969)

*2000년 6월말 현재, 셔틀버스운행근절 비상대책위 집계(괄호안은 1월 산자부 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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