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시대책 뭘 담았나]'보험'규제 풀어 '실탄' 유입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8시 37분


“수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지는 않겠다.”

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은 18일 증시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침체 증시를 이대로 방치하지 않겠다”면서 “자본시장 시스템을 개선하는 체질 강화 방안은 앞으로도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 ‘기관투자가로 나서라’〓이번 발표의 알맹이는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이제 증시에 개입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다. 연기금전용펀드는 24일부터 가동돼 정보통신부가 맡기는 5000억원으로 시장에 개입한다.

보험사들에 자산운용 규정을 대폭 풀어준 것이 이날 대책의 백미(白眉)다. 총자산이 111조원인 생명보험사의 경우 현재 9조원(8.1%)만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와 대출이 각각 41.5%와 33.3%로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런 포트폴리오를 주식쪽으로 돌려보자는 것.

정부 증권시장 안정대책 주요 내용
구 분주요 내용
증시에 대한 정부입장-장기안정 수요기반 대폭 확충
-시장상황별 단계별 대응방안(컨틴전시 플랜) 준비
-경제장관들 최근 증시불안에 깊은 우려와 관심 표명
기업자사주 지원 확대-자사주 취득가액의 30%까지 처분손실준비금 적립시 손금산입 허용
-자사주 취득한도를 배당가능이익까지 확대(9조원 매입여력 증가)
-자사주 매입후 소각절차 간소화(주총특별결의로 명시, 이사회결의로 가능)
보험사 주식투자 제한 완화-동일기업 발행주식 투자한도를 10%에서 15%로 확대(계열기업 소속보험사는 5%에서 15%로)
-동일계열 투자(주식+채권) 한도를 총자산의 5%에서 투자제한 폐지
-보험사 주식소유 총한도를 총자산의 30%에서 40%로 확대
개방형 뮤추얼펀드허용-언제든지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뮤추얼펀드 허용
-투신운용 자산운용 등에서 상품을 금감위에 등록하면 바로 허용
투신사에 1조원 추가 유동성 지원-서울보증보험이 투신사 보유 대우 회사채 원리금 1조원 지급
-예금보험공사가 은행에서 차입후 서울보증보험에 출자하는 형태
연기금전용펀드 조기운용-10월24일부터 연기금전용펀드 가동(정보통신부 출자 5000억원 확보)

재경부는 보험사들이 동일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회사 발행 주식의 10%로 묶어 놓은 것을 15%까지(은행권 한도)로 늘리고 그룹계열사 소속은 5%로 묶여 있던 것도 15%로 높였다. 보험사들이 사고 싶은 우량주를 마음껏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동일 계열(특정그룹)에 대한 주식과 채권 투자 한도도 보험사 총자산의 5%로 묶고 있지만 여기서 주식투자 제한은 풀었다. 총자산의 30%를 주식으로 가질 수 있는 한도도 40%로 늘려 포트폴리오 구성에 운신폭을 넓혔다.

▽자사주 취득 압박 올 듯〓상장기업들에 자사주를 취득하라는 메시지가 던져졌다. 기업들이 자사주를 샀다가 나중에 손해 볼 경우 미리 적립하는 처분손실준비금에 대해 취득 가격의 30%까지 손금산입을 허용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손실발생분과 상계한 잔액을 익금산입해 법인세 납부를 늦출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사들인 자사주도 이런 혜택을 받는다. 재경부 관계자는 “주가 폭락에 기업들 책임도 큰 만큼 자기 회사 주가를 스스로 부양하라는 조치”라며 “상장사협의회 등을 통해 기업들에 자사주 취득 권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효성 분석〓수급 불안을 개선할 장기적인 제도장치로는 효과가 있다. 다만 보험사들이 주식투자로 자금을 돌리려면 부동산을 팔든지 대출을 줄이든지 채권을 줄여야 한다. 9%에 그치는 주식 투자를 보험사가 어느 정도 늘릴지는 미지수.

자사주 취득은 삼성전자처럼 ‘기업이 직접 나서라’는 경고성으로 들린다. 우량기업들이 정부 눈치 봐 가며 자사주가 부양에 나서겠지만 아직도 구조조정에 쫓기고 있어 약발이 먹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자산운용업계 숙원 사항인 개방형 뮤추얼펀드는 전격 허용됐지만 간접투자시장이 너무 얼어붙은 상황에서 길을 터줘 효과가 의문스럽다.

▽시장 반응〓급락세를 보이던 종합주가지수가 18일 정부의 증시 부양책에 힘입어 급반전에 성공했다. ‘실탄 유입(매수 여력 확대)’에 초점을 맞춘 증시 부양책이 일단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는데 성공한 셈. 하지만 증시가 붕괴 직전까지 내몰린 데는 미국 나스닥증시의 침체와 반도체경기 둔화에 따른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 현대건설 등 주요 대기업의 구조조정 차질 등 국내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 크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강운·최영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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