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전진우/徐대표의 ‘도덕정치론’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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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政)은 정(正)이라. 그대가 솔선해서 몸을 바르게 가지면 누가 감히 바르게 행하지 아니하리요(政者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 공자(孔子)가 정사(政事)를 묻는 제자에게 답한 말이다. 인간의 본성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보았던 토머스 홉스는 강력한 국가인 ‘리바이어던’만이 인간을 협동으로 이끌어 세상의 평화와 질서를 보장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에게 국가는 ‘유한한 하느님’이었고 그러기 위해 군주는 반드시 정의로운 힘을 행사해야 했다.

▷모든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현대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낡은 논리일 수도 있겠으나 무릇 정치란 도덕성을 그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진리’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진리는 책 속에만 있을 뿐 우리 현실정치는 가장 지독한 불신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물론 한 나라의 정치, 정치인의 수준은 그 나라 유권자인 국민의 평균 수준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다만 우리 정치가 빠르게 성장하는 국민 의식과 사회 발전을 리드하기는커녕 발목이나 잡는 ‘3류 정치’에서 벗어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가 최근 털어놓은 ‘도덕정치의 고충’은 바로 그런 의문과 맞닿아 있다. 서대표는 얼마 전 “도덕성 회복을 위해 비싼 식사나 특별 대접, 음해 중상을 안하고 경조사비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는데 그게 말처럼 잘 안되더라고 했다. 이른바 정치를 하다보니 고급 음식점이나 요릿집에도 가야 하고, 승용차도 고급으로 바꿔 타게 됐다는 것이다.

▷하기야 김종필(金鍾泌)자민련 명예총재가 국무총리로 재직했던 지난해 총리실의 업무추진비 9억2000만원 가운데 식사비로 5억5500여만원이 쓰였다는 판에 집권여당 대표가 고급음식점을 드나드는 정도를 가지고 ‘도덕정치의 고충’이라고 할 것까지 있겠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대표가 토로했듯이 정치는 ‘개판’인 마당에 정치인들이 찾는 음식점만 ‘고급’이어서야 되겠느냐는 국민의 소리도 정치인들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전진우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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