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현대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낡은 논리일 수도 있겠으나 무릇 정치란 도덕성을 그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진리’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진리는 책 속에만 있을 뿐 우리 현실정치는 가장 지독한 불신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물론 한 나라의 정치, 정치인의 수준은 그 나라 유권자인 국민의 평균 수준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다만 우리 정치가 빠르게 성장하는 국민 의식과 사회 발전을 리드하기는커녕 발목이나 잡는 ‘3류 정치’에서 벗어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가 최근 털어놓은 ‘도덕정치의 고충’은 바로 그런 의문과 맞닿아 있다. 서대표는 얼마 전 “도덕성 회복을 위해 비싼 식사나 특별 대접, 음해 중상을 안하고 경조사비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는데 그게 말처럼 잘 안되더라고 했다. 이른바 정치를 하다보니 고급 음식점이나 요릿집에도 가야 하고, 승용차도 고급으로 바꿔 타게 됐다는 것이다.
▷하기야 김종필(金鍾泌)자민련 명예총재가 국무총리로 재직했던 지난해 총리실의 업무추진비 9억2000만원 가운데 식사비로 5억5500여만원이 쓰였다는 판에 집권여당 대표가 고급음식점을 드나드는 정도를 가지고 ‘도덕정치의 고충’이라고 할 것까지 있겠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대표가 토로했듯이 정치는 ‘개판’인 마당에 정치인들이 찾는 음식점만 ‘고급’이어서야 되겠느냐는 국민의 소리도 정치인들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전진우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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