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사범 처리를 주시한다

  • 입력 2000년 10월 9일 19시 37분


정부 여당과 검찰은 그동안 줄곧 선거사범 엄단을 다짐해 왔다. 그 약속이 국민의 신뢰로 이어질지, 아니면 이번에도 역시 ‘정치적인 엄포’로 끝나 오히려 국민의 불신만 조장하게 될지 여부가 곧 판가름난다. 4·13 총선 선거사범 공소시효 만료일(13일)을 앞두고 검찰은 막바지 처리 작업을 서둘러 11일경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검찰은 선거법 위반혐의로 입건된 123명의 당선자 가운데 1차적으로 17명을 기소하고 81명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 등을 내렸다. 아직 기소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나머지 25명을 검찰이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심사다. 이 가운데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비용 실사 결과 비용을 초과 지출한 혐의가 드러난 19명의 의원이 포함돼 있다.

우리가 이들이 어떻게 처리될지에 관심을 갖는 것은 검찰의 1차 선거사범 처리 과정에서 편파수사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이번에도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입건된 당선자는 여당이 야당보다 많았는데도 지금까지 기소된 의원은 한나라당 10명, 민주당 6명, 자민련 1명으로 오히려 야당이 더 많다.

물론 검찰은 정당별 입건자수를 고려하지 않고 전적으로 혐의내용에 따라 기소여부를 결정했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없는 얘기임이 법원에 의해 입증됐다. 최근 서울고법이 검찰의 불기소처분은 잘못된 것이라며 선관위가 낸 재정(裁定)신청을 받아들여 이창복(李昌馥) 김영배(金令培)의원 등 민주당 의원을 잇따라 재판에 회부한 것은 검찰로서는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선거비용 문제의 경우 민주당 윤철상(尹鐵相)의원 발언파문과 관련이 있고 고발된 의원이 민주당 12명, 한나라당 7명으로 역시 여당이 많다는 점에서 검찰의 처리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선관위는 검찰이 이들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릴 경우 예외없이 재정신청권을 행사키로 해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같은 국가기관인 선관위가 여러 가지 증거를 확보해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또 선택적으로 기소할 경우 검찰은 여전히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만큼은 선거사범을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검찰이 살고 정부 여당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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