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합병은행 파벌싸움 등 부작용

  • 입력 2000년 10월 4일 18시 31분


합병은행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이질적인 문화 때문에 ‘화학적 통합’이 어렵다는 점.

위원장이 2명인 한빛은행 노동조합은 단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올 초 출범한 한빛은행 통합노조는 옛 한일―상업은행 출신이 9개월씩 번갈아가며 대표위원장 직을 맡기로 한 ‘한지붕 두가족’.

노조는 지난 9월30일 전 직원 1만2627명의 12%인 1500명을 감축한다는 경영개선계획서에 어느 위원장이 치욕적인 서명을 해야하는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공교롭게도 ‘D―데이’가 전임 김양진위원장(한일출신)의 임기 마지막 날에 맞아 떨어졌던 것.

결국 두 위원장이 모두 사인을 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지만 은행 내부에 적지 않은 앙금을 안겼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고위층으로 갈수록 파벌간에 노른자위 부서를 차지하려는 암투가 치열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싸움을 보면 평 행원들은 ‘내 은행’이라는 소속감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대등통합이 아닌 흡수합병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국민은행에 통합된 옛 장기신용은행 직원들의 경우 직급조정 및 보직배치에 불만을 품고 은행을 떠난 사람이 줄잡아 700여명이다.

증권사로 자리를 옮긴 장은출신 김모씨(35)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과장에서 대리, 부장에서 차장으로 직급을 강등시키는 데 사표를 내지 않을 사람이 있겠느냐”며 “단순직 여직원을 빼고는 상당수가 나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옛 보람은행을 합병한 하나은행 역시 상호를 정하는 데 골치를 앓았다. 여론조사를 토대로 ‘하나’로 정했으나 보람측이 “승복 못하겠다”며 재조사를 요구해 홍역을 치렀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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