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박정태 이 악물었다

  • 입력 2000년 10월 2일 18시 56분


‘악바리 투혼의 대명사’ 박정태(31·롯데)가 이를 더 악물었다.

지난달 30일 한화전에서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더니 1일 경기에서 또다시 3타수 1안타 2타점으로 팀의 3연승을 주도한 것.

그러나 연일 맹활약을 보이면서도 박정태는 안절부절못한다.

7월 중순부터 한달보름여 동안 매직리그 1위를 지키던 팀이 2위로 추락, 준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할지도 모르는 처지가 된 데는 자신의 탓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

올림픽 휴식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달 7일까지의 롯데 성적표를 보면 기가 찰 정도다. 15경기에서 승리는 단 한 번뿐이고 무승부가 2번, 패배가 12번이나 된다.

시즌초반 타율이 3할7푼대까지 나가 수위타자를 바라보던 박정태는 이 기간에만 타율을 뽑아보면 1할8푼대로 급추락했다.

워낙 까먹은 것이 많아 29일 시즌이 재개되고 타격감이 회복됐지만 아직 타율이 2할8푼대에 걸쳐있다.

타격에서만 문제가 아니었다. 유격수와 함께 내야수비의 핵이 돼야 할 2루수인 박정태는 경기마다 결정적인 실책을 연발해 승부근성에선 국내최고라는 명성에 먹칠을 했다. 왜? 체력이 바닥났기 때문. 선수협에 따라다니느라 동계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한여름철을 지나 가을바람이 불자 체력의 한계가 드러난 것.

드림팀 올림픽참가로 인한 21일간의 리그중단은 박정태에겐 ‘복음’이었다.

드림팀에 발탁되지 못한 것을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재충전작업에 들어갔다.

웨이트 트레이닝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정상 페이스를 찾기 위한 노력도 병행됐다.

타석에서 한 손으로만 배트를 잡고 끊임없이 흔들어대는 ‘흔들 타법’은 박정태의 트레이드마크. 타석에 들어선 그의 입을 보라. 입술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넣는 등 종횡무진, 마치 배우가 표정연기 연습하는 것처럼 보인다. 박정태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입 모양을 만드는 이유를 불규칙하게 흔드는 자신의 타법에 맞는 호흡을 찾기 위해서란다. 부진을 곰곰 생각해보니 호흡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 그는 다시 입을 삐쭉 내밀기 시작하면서부터 방망이를 잘 돌리고 있다.

한가지 박정태만의 비법.

배팅연습과 더불어 최근 테니스 벽치기 연습을 곁들이고 있다. 처음엔 장난삼아 시작했는데 가벼운 라켓을 들고 몇시간 동안 스윙을 하다보니 기분전환도 되고 운동도 상당히 많이 된다고 한다.

괴팍스러운 슬럼프 탈출법이지만 박정태는 분명히 되살아나고 있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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