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尾生之信(미생지신)

  • 입력 2000년 10월 1일 17시 44분


尾―꼬리 미 壓―누를 압 卷―문서 권 橋―다리 교 脚―다리 각 溺―빠질 닉

信은 ‘사람(人)의 말(言)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요즘은 目前의 利益을 위해서는 거짓말도 밥 먹듯 하는 세상이다.

중국사람이라고 하면 우리는 먼저 ‘信義’라는 말부터 떠올린다. 그들은 信義를 무척이나 중시한다. 그러면 信義를 중시하지 않은 민족도 있던가. 사실 信義란 東西古今을 막론하고 가장 중시되었던 德目의 하나였다. 중국사람들이 信義를 强調했다는 것은 그만큼 信義가 없었다는 反證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난 번에도 言及했거니와 중국에서 信義를 앞장서서 强調했던 이는 孔子였다. 弟子 子貢(자공)이 爲政者로서 갖추어야 할 政治의 要諦(요체)를 묻자 食糧과 武器 信義를 들면서 그 중에서도 信義를 第一義로 꼽았다. 信義를 먹는 것보다 중시했다는 이야기다.

信義를 지킨 것을 내용으로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많다. 그 중에서도 尾生之信은 壓卷(압권)이라 할 만하다. 워낙 유명해 史記 莊子(장자) 韓非子 등에서도 두루 인용하고 있다.

魯나라에 尾生이라는 정직한 사나이가 살고 있었다. 남과 약속을 하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지켰으므로 신용으로 자자했다. 한번은 애인이 데이트를 청해왔다.

“내일 저녁, 다리 밑에서 만나죠.”

尾生은 약속시간보다 일찍 다리에 나갔다. 그러나 애인은 농담이었는지 도무지 약속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尾生은 信義를 무엇보다도 중시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줄곧 그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이렇게 한 시간이 가고 두 시간이 지나갔다.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세 시간, 네 시간… 이렇게 기다리는 동안에 바닷물이 들어와 물이 점점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는 자리를 뜰 줄 몰랐다. 물이 무릎까지 차 올라오자 그는 橋脚(교각) 위에 올라섰다. 그러나 물은 점점 더 빨리 불어났고 그는 橋脚을 부둥켜안고 위로 올라갔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기다리던 그는 물이 목까지 차 오는 바람에 橋脚을 끌어안고 溺死(익사)하고 말았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우직함은 두고두고 美談으로 전해져 온다. 尾生之信은 ‘尾生의 信義’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요즘 한번쯤 吟味(음미)해 볼 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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