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올림픽]시드니 사람들은 깍쟁이?

  • 입력 2000년 9월 14일 18시 56분


시드니 도심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헤이마켓.

먹을 것, 입을 것, 놀 것 등 없는게 없다는 시장이다. 수천평 규모의 건물안에 있는 시장으로 상인들이 2∼3평씩 자리를 임대받아 물건을 가득 진열하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한국의 동대문 시장이다. 백인 동양계 아랍계 등 각양 각색의 민족들이 뒤섞여 물건들을 놓고 가게 주인들과 흥정을 벌이거나 색상 디자인 등을 비교하느라 하루종일 발 디딜틈이 없다.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문을 여는 이 곳은 시드니 사람들의 대표적인 쇼핑 장소중 하나.

쇼핑은 외식과 함께 호주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여가생활의 일부분이다. 시드니 사람들이 쇼핑을 할 때 철칙으로 여기는 것중 하나가 할인을 많이 하는 물건을 찾아 다니고 충동구매는 하지 않는다는 것. 시드니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을 다녀보면 이같은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헤이마켓만 해도 일반 상가보다 물건 값이 20∼30%나 싸다. 24일 오후 이 곳에서 만난 헤이워드(주부)는 “거의 매주 헤이마켓을 들른다”며 “평소 필요한 물건들을 생각해뒀다가 이 곳에서 사곤 한다”고 말했다.

시드니 도심에서 서쪽으로 20㎞정도 떨어진 홈부쉬 인근 플레밍톤 마켓. 이 곳 역시 없는 게 없다는 창고형 시장이다. 평일에는 문을 열지 않으며 토요일에는 과일 생선 야채만을, 일요일에는 의류 생활잡화 등 모든 걸 판다. 몇 년전만해도 이곳 상권을 한국계가 잡고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계에 많이 넘겨줬다는 것. 물건도 ‘메이드 인 차이나’가 대부분이다.

이 곳에서 12년동안 옷가게를 하고 있는 마크(42)는 “시드니에서 플레밍톤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지금 안사면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드니 사람들이 즐겨 쇼핑을 하는 곳이 또 있다. 공장에서 만들다 조금 흠집이 난 물건을 60% 가까이 할인해서 원가이하로 파는 소위 ‘팩토리 아웃렛(공장 도매상가)’이다.

14일 오후에 찾아간 시드니 도심 서쪽 버큰헤드 포인트 아웃렛 센터에는 시중가격보다 40∼60% 싸게 파는 물건을 또다시 20∼30% 깎아서 파는 상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처럼 실용적이고 값싼 물건을 좋아하는 터라 시드니에서는 가짜 물건이나 고가브랜드 상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플레밍톤 마켓에서 몇 년간 장사를 했다는 한 교민은 “주로 한국계 등 아시아계 사람들이 프라다 같은 고가 브랜드의 모조품을 외국에서 들여와 팔아보려 했지만 호주 사람들은 거의 눈길도 주지 않는다”며 “아시아계 사람들이 일부 사갈 뿐”이라고 귀뜸했다.

<시드니〓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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