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작전을 해부한다]A기업 주가조작, 한달새 18억 챙겨

  • 입력 2000년 8월 29일 19시 22분


‘첫 단계 주식을 사 모은다, 2단계 허위매매로 주가를 올린다, 3단계 물량을 털고 나간다.’

과거에 유행했던 고전적인 주가조작 유형이다. 구조가 단순해 지금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다. 최근 주가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코스닥기업 A사의 P사장과 모증권사의 J씨도 이와 유사한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본사 취재팀의 취재결과 드러났다.

J씨는 작년 4월 A기업을 사냥감으로 골랐다. 화의상태에 있는 데다 거래량이 적고 주가가 낮았기때문. 대표이사 겸 대주주인 P씨가 화의를 벗어나기 위한 자금조달에 목말라 한다는 것도 J씨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J씨는 이때 5월에 실시하는 유상증자 때 실권이 발생하면 이를 책임지고 인수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며 P씨에게 접근했다. P씨의 답은 물론 OK. J씨는 대가로 A기업 주식 3만주를 1만원에 장외에서 양도받았다. 당시 A기업 주가가 2만8000원이어서 5억5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

그의 작전은 4월15일부터 유상증자 공시 전날(5월18일)까지 진행됐다. 4월15일 먼저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차명 및 관리계좌 30개를 동원해 직전주가보다 700원 높은 8700원에 150주 매수주문을 냈다. 즉 거래가 8000원 근처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리기 위해 높은 가격에 매수주문을 낸 것이다. J씨는 5월18일까지 29번에 걸쳐 3884주의 고가주문을 냈다(시세견인).

두번째 주가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4월16일 관리계좌에서 8000원에 매수주문을 내고 같은 시간 같은 가격에 다른 계좌에서 1주 매도주문을 내 거래를 체결시켰다. 즉 J씨가 관리하는 계좌끼리 주식을 사고 팔아 일반투자자에게는 현 가격대에서 거래가 형성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가장 통정매매).

세번째로는 시가가 9700원인데 7900원에 매수주문을 냈다가 이를 취소했다. 바닥에 매수잔량을 많이 쌓아놓았다가 취소하는 방식으로 마치 일반투자자들의 매기가 붙은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었다(허수주문). 이 작전을 통해 J씨는 무려 18억2000만원을 벌었다.

그렇다면 P씨는 어떠했을까. 그는 5월19일 유상증자 공시가 후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해 직전에 1만주를 팔았다(미공개 정보 이용).

7월에는 유상증자 실권물량 55만1341주 중 33만4341주를 차명으로 취득한 후 주식을 팔아 24억5000만원을 챙겼다. 물론 차명으로 했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은 대주주 지분변동내용(5%이상 주주가 1% 이상 지분변동시 금감원에 보고)을 알 길이 없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작전세력이 대주주와 짜고 주가를 올린 후 팔고 나가는 것은 아주 일반적인 유형”이라며 “지금도 수많은 종목에서 이러한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주주가 끼면 사전매입이 쉽고 호재성 재료를 시장에 흘리기도 수월해 자주 애용된다.

한편 검찰과 금융당국은 10월 중순부터 11월초까지 이뤄진 2차 작전세력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다. 2차 작전은 대주주가 없이 증권사 직원과 거액 전주들이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후 매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작전이 쉬우면 걸리기도 쉽다’는 말이 있듯이 이들의 종말은 차가운 감방이 되지 않을까.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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