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緊張(긴장)

  • 입력 2000년 8월 29일 19시 00분


異―다를 이 克―이길 극 汚―더러울 오 染―물들일 염 幇―도울 방 畢―마칠 필

南北의 分斷狀況이 半世紀를 넘어서면서 각 分野에서 異質化(이질화)가 깊어지고 있다. 삶의 모습은 물론이고 생각과 行爲의 차이도 엄청나 이를 이해하고 거리를 좁히는 것도 統一의 과정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생각과 行爲를 표현하는 ‘말’의 경우만 보아도 그렇다. 탈북자들의 기자회견이나 신문지상에 발표한 글을 접해보면 언어의 異質化가 매우 심각하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말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屬性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異質化는 당연한 현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것을 克服하지 못한다면 民族의 統一과 和合은 한낱 물리적 수준에 머물고 말지도 모른다.

모든 면에서 ‘主體’를 강조하는 그들은 언필칭 현재 남한의 말을 두고 서양, 특히 영어에 汚染(오염)되었다고 주장하곤 한다. 하지만 북한에서 사용하는 말도 그리 ‘主體的’이지 못한 경우가 매우 많다. 그들의 말은 일부 구소련 말과 中國語에 심하게 汚染돼 있다.

중국어에 汚染된 경우를 보자.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이 頭音法則(두음법칙)의 무시다. 李나 理를 말머리에서도 ‘리’로 발음하는 것은 중국과 다름없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도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다.

일례로 幇助(방조·도움)를 보자. 우리는 ‘부추김’이라는 좋지 않은 뜻으로 사용하지만 그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또 畢業(필업)은 우리의 卒業(졸업)에 해당되며 小組(소조)는 ‘팀’이다. 그들이 자주 말하는 ‘일 없습네다’는 ‘할 일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중국어 ‘沒事(메이 스)’를 그대로 따온 것으로 ‘괜찮다, 상관없다’는 뜻이다. 緊張(긴장)도 ‘危機’라는 뜻도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다른 ‘빠듯하다, 촉박하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경우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이지만 전문용어로 들어가 보면 그 차이는 심각하다. 그들의 일부 말은 현재의 중국어를 100% 그대로 따와 발음만 ‘우리식’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으며 현재 延邊일대의 朝鮮族이 사용하는 말과 조금도 차이가 없다. 민족의 同質性을 확인하는 데에는 말보다 더 좋은 잣대가 없다. 국토통일에 앞서 언어통일부터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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