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Arts]볼만한 '10대영화' 왜 없나

  • 입력 2000년 8월 29일 18시 44분


미국의 영화시장이 팝 음악 시장과 마찬가지로 고등학생들의 취향과 구매력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스크린에서 청소년들의 삶을 훌륭하게 그려낸 작품을 발견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10대들이 독특한 문화를 가진 집단으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은 50년대부터였다. 이 때부터 10대들은 기존 질서에 대한 반항과 자유분방함, 그리고 타협을 모르는 이상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50년대에 등장한 이 최초의 10대들은 이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다. 그들의 거칠 것 없는 젊음의 상징이었던 제임스 딘과 엘비스 프레슬리는 벌써 오래 전에 이 세상을 떠났고, 말론 브랜도와 워런 비티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렸다.

그러나 할리우드는 지금도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10대들의 주의를 끌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달 전만 해도 실망스러운 것으로 평가되던 올 여름 미국 영화의 흥행 실적이 ‘스케어리 무비’와 ‘X―맨’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광에 힘입어 기적적으로 소생한 것이 좋은 예이다.

그러나 이 두 영화는 엄밀한 의미에서 10대들의 영화는 아니다. 지난해 여름 이후 고등학교 졸업 무도회와 대학생들의 연애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들은 극장에 발을 들여놓는 즉시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TV쪽의 형편은 조금 나은 편이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메리칸 고등학교’와 같은 10대 대상 드라마의 시청자들 중 상당수가 20대와 30대인 것 같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도 그런 시청자들 중의 하나였다. 사실 요즘 좋은 청소년 영화가 없다는 나의 불만은 청소년 영화 중에서 내가 볼 만한 좋은 영화가 없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이런 불만을 갖는 것은 ‘리지몬트 고등학교’ ‘아침식사 클럽’ 등 훌륭한 10대들의 영화가 쏟아져 나왔던 80년대에 내가 청소년기를 보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난해 나온 영화들 중에서 ‘선거’ ‘러시모어’ ‘신의 섭리’ 같은 영화들은 80년대에 나온 청소년 영화들처럼 진지함과 유머를 혼합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비평가들에게 찬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흥행 면에서는 실패를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에는 그나마 작년만큼의 성적을 거둔 영화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커밍 순’ 같은 영화들은 뉴욕의 단 한 개 영화관에서 겨우 1주일 동안 상영됐을 뿐이다.

성적인 만족을 구하는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그린 ‘커밍 순’은 사실 대형 영화사나 미국 영화협회가 보기에 너무 강렬한 작품으로 생각되었을 것이다. 영화에서 코믹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정액을 보여주는 것은 상관없지만 여성의 오르가슴에 대한 솔직한 대화를 끼워 넣는 것은 여전히 금기로 남아 있다. 너무나 복잡하고 이상한 성에 대한 위선이 아직도 우리 문화를 괴롭히고 있고 최근에 나온 흥미 있는 청소년 영화들은 대부분 이 위선을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10∼15년이 지나고 나면 어쩌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아니, 아무 것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그 때에도 30대들은 과거의 금기를 깨고 TV에서 방영되는 오늘날의 청소년 영화를 보며 ‘요즘은 왜 볼 만한 청소년 영화가 없는 걸까’라고 불만을 토로할 것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film/080800teen―films.html)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