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 ‘차게&아스카’

  • 입력 2000년 8월 28일 18시 37분


문화의 흐름을 파악하려면 요즘 어떤 외국어가 인기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영어는 인터넷 시대의 ‘생존도구’로서 단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코흘리개 어린이까지 영어공부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보면 21세기가 ‘인터넷 세상’이자 영어 중심의 세계가 될 것임을 짐작하게 된다. 영어 다음은 일본어와 중국어다. 불어와 독어는 인기순위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일본어의 급부상은 문화적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문화적 호기심으로 일본어를 배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일본 만화를 보고 가요를 듣기 위해 일본어를 배운다. 이런 현상은 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조치 이전부터 나타났으므로 일본 문화가 근본적으로 우리 신세대를 끌어들이는 힘을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는 어떤 문화현상이 나타나면 급속히 그 속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 휴대전화나 인터넷 보급률이 짧은 시간에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것도 그렇고 영어 열풍도 어느 측면에선 좀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북한문화 열풍도 마찬가지다. 일시적인 바람몰이식의 문화교류는 남북간 상호이해를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 어느 한순간에 북한에 대한 무관심으로 변해버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의 교류는 우리측이 북한 것만 들여오는 ‘일방 통행’식이다.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문화교류라고 할 수 없다.

▷일본 문화 붐도 일시적인 ‘유행’의 측면을 지니고는 있지만 가장 우려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일본 문화의 소비시장이 되어버리는 상황이다. 일본 문화의 경쟁력이 우리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이점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의 인기 록그룹 ‘차게 & 아스카’가 성황리에 내한 공연을 가졌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조치를 실감케 하는 행사였다. 이들이 인사말에서 밝혔듯이 ‘한일간의 새로운 시대가 열려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우리가 일본과의 문화교류에서 과연 일본에 내세울 만한, 일본을 앞설 만한 문화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걱정이 앞선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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