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걱정되는 경제 경착륙 신호들

  • 입력 2000년 8월 25일 18시 50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급격하게 낮아지면서 경착륙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경고가 최근 나라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이 23일 내년도 우리경제의 성장률을 3%대로 전망하고 이로 인해 한국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 데 이어 같은 날 독일의 경제지 한델스 블라트도 개혁부진으로 우리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외국 언론의 비관적 전망들이 우연히 함께 나온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자칫 못보고 있는 위험신호들을 밖에서 먼저 보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국은행도 2·4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5분기 만에 처음으로 다시 한자릿수로 내려갔다는 분석을 내놓아 한은의 장기분석대로 경제가 하반기부터 내리막을 달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미 일부 재벌 기업들이 하반기 자금시장 경색을 예견하고 현금확보를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리를 더욱 불안케 한다. 국내 최대의 수익을 올린 한 기업이 경비절감 차원에서 내년도 달력까지 제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나마 수출신장률에 기대를 걸어왔지만 상반기 중 우리나라는 주요 경쟁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입률을 기록함으로써 무역수지가 가장 나빠진 나라가 됐고 작년 우리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벤처기업들은 코스닥지수가 110선마저 무너지는 바람에 기력상실 상태에 빠졌다. 비록 엊그제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서 공식으로 졸업하긴 했지만 이렇게 우리 경제는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집권 후반기의 장밋빛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했다. 물론 목표는 그 자체가 의지를 갖고 성취해야 할 만큼 높이 책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요한 것은 실천과정에 대한 구체성의 유무에 관한 것이다. 현대사태 등 순간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시장동요 요인이 상존하고 있고 아직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은 어느 한 구석에서도 밝은 소식이 들리지 않는데 정부는 개각 후 너그러워진 모습만 보인다.

기업의 자율적 노력도 좋고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단계적 금융개편도 제대로만 된다면 좋다. 그러나 외국 전문가들이나 해외언론의 지적처럼 우리가 구조조정에 게으른 나머지 급격한 신용경색을 맞아 경기가 나빠지고 그로 인해 IMF재입학의 수모를 겪게 된다면 큰 낭패다. 그것을 막을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