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시 왜 이러나…침체 원인 및 긴급 전문가 진단

  • 입력 2000년 8월 24일 17시 28분


코스닥지수가 연일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등 증시가 약세국면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하고 있다.거래소의 종합주가지수 역시 소폭 오른 뒤 큰 폭으로 급강하하면서 투자자들을 불안케 하기는 마찬가지다.

주식시장은 외국인들이 소규모 매도세만 취해도 휘청거릴 정도로 체력이 허약해졌다.이제는 현물이 아닌 선물매도에도 시장이 꽁꽁 얼어붙을 정도로 빈사지경이 돼버렸다.

이에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자금시장의 불안과 심각할 정도의 수급 불균형 등으로 외국인들에 의해 시장이 흔들리는데다, 기관의 매수여력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보며 증시의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들어 8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증시침체 원인과 △시중자금 동향 △전문가 진단을 들어본다.

◆증시 왜 이러나

증시를 빈사지경으로 몰고 있는 가장 주요 원인은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다.

투신사의 주식형펀드 수탁고는 작년 10월 55조원규모에서 최근 27조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50%에 육박하는 투자자금이 시장을 빠져나간 것이다.

이는 가뜩이나 시장으로 외면을 당하고 있는 기관 투자가들의 역할을 제한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 역시 작년 10월이후 약 12조원 규모 매수해 더 이상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증시의 양대 축인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강도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특히 12월에 만기 돌아오는 뮤추얼펀드 규모도 3조원에 달한다. 현재 뮤추얼펀드의 주식편입 비율이 5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오는 10월 중순부터는 1조5000억원 규모의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수급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고객예탁금 역시 지난 22일 현재 8조7789억원으로 올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 3월10일의 12조4600억원에 비해 30%나 줄어들었다.

단기적으로는 다음달 두번째 목요일인 14일의 더블위칭데이(선물및 옵션 만기일)를 앞두고 매수차익 거래잔고가 8200억원으로 줄어들지 않는 것도 주가상승에 걸림돌이다.

◆시중자금 어디에 있나

한국은행 및 투신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7월말 현재 은행-투신--증권-종금사에 들어 있는 6개월 미만 예금은 총 219조9813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대비 40조원 이상이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들 자금은 대표적으로 떠돌아 다니는 부동(浮動)자금으로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른 투자처로 이동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은행예금의 경우 증가세가 주춤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금이 인출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안정성이 높은 은행상품이 인기가 있다는 얘기다.

다만 내년 실시될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앞두고 5년 만기 산금채(산업금융채권)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으며, 투신사의 경우 비과세펀드에만 유입되는 정도다.

이들 자금이 부동산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시그널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오히려 집을 팔고, 전세로 옮겨가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로 중소형 아파트 전세값만 움직이는 정도다.

이에대해 금융전문가들은 은행권 및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명확하게 가시화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실시에 임박해서야 자금의 흐름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 진단

▶현대증권 유남길 조사부장=코스닥시장이 돈을 먹는 '블랙홀'이다. 신규 등록기업이 많은데다, 등록가격도 높아 자금이 묻히는 경향이 강하다.

거래소시장에서 올린 수익을 코스닥시장에서 홀랑 까먹고 마는 개인들도 부지기수다.

만약 과거와 같이 코스닥시장이 없고 거래소시장만 있었다면 종합주가지수가 이 정도로까지 내려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지수가 얼마까지 내려간다거나, 시장이 얼마나 더 부진할 것인가 하는 분석이나 전망은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트렌드가 어디에 있느냐인데, 현재로는 대세하강국면이 아닌가 싶다.이는 결국 시중자금이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달려있는데 증시로는 자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언론의 재테크면에서도 주식보다는 안정성이 높은 은행상품을 권하고 있지 않은가.그러나 한국증시는 세계증시에거 가장 높은 폭의 조정을 거치고 있는 몇 안되는

시장이기 때문에 커다란 폭의 추가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엥도수에즈더블유아이카 김기태 이사 = 오랜기간 조정이 있었고 반기실적도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내림세다.

이는 근복적으로 경제의 밑그림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는 현저히 저평가돼 있음에도 오르지 못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하는 데 이는 나중에 보면 일반적으로 경기가 정점을 지나고 있는 시기로 판명되곤 한다.

지수상으로는 700∼750사이를 오갈 것으로 보이며 추석 이후에 자금사장이 다소 나아지더라도 큰 랠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추세는 이미 꺽인 듯하다.

코스닥의 경우 가장 큰 문제는 기관이나 외국인이라는 안전판이 없고 개인들간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많이 하락했지만 아직도 비싼 기업이 많기 때문에 철저하게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110선이 저항선이 될 가능성도 있다.

▶대신증권 투자전략실 정윤제 수석=코스닥지수가 연일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브레이크를 걸만한 지지대가 없다.

지수 100이 어느 정도 지탱해주겠지만 지수 세자리와 두자리라는 차이점뿐으로 결국 심리적인 지지선에 불과하다.굳이 지지선을 찾으라면 80대를 꼽을 수 있는데 이는 작년 3월 코스닥시장이 뜨기 시작했을 때의 지수수준이다.

코스닥시장은 지금 팔사람은 많은 반면 살사람이 없다.특히 외국인과 기관의 경우 국민카드나 LG홈쇼핑을 제외하고는 살 종목마저 없는 상황이다.

현행 공모주청약제도도 문제다.하이일드펀드의 수익률 10%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각 기관마다 배정받은 물량을 등록 즉시 때려내고 있다.

매물이 매물을 부르면 시장수급을 더욱 악화시키는 형국이다.이와함께 사업에 충실하기 보다 주가조작 등에 열을 올리는 벤처인들이 시장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있어 벤처인들의 도성성 회복도 지수를 끌어올리는데 주요 변수라고 본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하반기 경기둔화 추세는 틀림없고 미국 경제의 연착륙, 우리 경제의 하강속도 물가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 등 불확실성 요인이 산적해있다.

수급이 무너진 상태에서 증시 모티브가 없으면 자금 유입도 없을 것인 만큼 상황은 어렵고 특히 선물관련 프로그램 매매로 장이 휘둘리고 있어 더 불안하다.

그러나 공적자금 추가 투입,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 가속화,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사업 기술 표준 마련, 9월 선물·옵션 만기 등의 재료가 가시화될 오는 9월과 10월을 고비로 `실날같은' 희망을 걸어 볼만도 하다.

코스닥의 경우 기술적으로 강력한 지지선인 110선이 무너져 충격이 크다. 강력한 지지선이 무너지면 한 단계 더 떨어지는 게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코스닥의 비관적인 전망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한국투신 신긍호 펀드매니저=수급의 악화가 지속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반등 시도가 나오더라도 전반적인 흐름은 하향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사례보면 투신의 주식형펀드 수탁고가 최고점 대비 40%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주가지수가 하락추세를 보여 수탁고가 20조원규모로 감소할 때까지는 계속 증시를 괴롭힐 것이다.

▶신영증권 노근창 코스닥팀장=코스닥의 경우 기관 및 외국인들이 물량을 쏟아내 이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종목들만 상승세를 나타내며 개인들의 투기장으로 전락했다.

시장의 질적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다. 추석 전까지는 약세가 지속돼 일단 100이 깨진 후 강한 매수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박승윤 기자 sypark@donga.com

김기성 기자 basic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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