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상근/전공의가 먼저할 일

  • 입력 2000년 8월 23일 18시 35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가 22일 서울 하얏트 호텔 튤립룸에서 외신기자 20여명을 초청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공의들은 의약분업안의 문제점을 설명하며 “인류애에 호소한다” “하늘이 내린 건강권이 권력에 의해 박탈되는 현실을 이해해 달라” “다른 나라 의사는 임금 때문에 파업하지만 대한민국 의사는 의료정책 변화를 위해 파업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나.

“개원의 폐업률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정부정책에 동조해서가 아니다. 전공의는 계속 파업할 것이다.”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는데 먼저 협상하는 게 순서 아닌가.

“지도부를 체포하고 수배한 상태에서 협상은 의미가 없다. 정부가 진심으로 사과를 하면 쉽게 풀릴 수 있다. 국민 불편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개원의는 재정적 이유로 동참 안하나.

“심정적으로는 우리와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전공의가 강하게 나가는 이유는 의료개혁의 첫 단추인 의약분업이 무원칙하며 의사들을 매도하고 처방권을 저해하는 식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은 종전처럼 돈 문제로 파업하는 건 아니라며 △구속자 석방과 수배자 수배해제 △잘못된 의료정책과 연세대 집회(12일) 진압에 대한 정부사과가 협상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조건없이 만나자는 입장이다.

의료계 집단폐업은 단체행동 금지명령을 거부한 것이다. 또 12일의 집회는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적 집단행동이다. 그런데도 구속되거나 수배된 인사는 10명이 안된다. 다른 집단과 비교해서 정부가 법집행의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면 전공의들은 전제조건을 내세우기에 앞서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일단 대화를 시작하는 게 순리 아닐까. 지금 이 시간에도 환자들은 ‘하늘이 내린 건강권’을 권력은 물론이고 의사들에게 빼앗기고 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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