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에 감춘 비밀]플라톤은 거짓말쟁이?

  • 입력 2000년 8월 22일 14시 35분


플라톤
플라톤은 거짓말쟁이다. 아틀란티스 대륙이 실재했던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세계의 10대 불가사의를 꼽으면 빠지지 않는 '아틀란티스 대륙'은 아직 그 정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대륙이다. 그런데 플라톤은 그의 책 '티마이오스'와 '크리티아스'에서 아틀란티스에 대해 마치 본 것처럼 정교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좋음(善)의 이데아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으로 '이데아설'을 내세운 플라톤은 두말할 것 없는 위대한 철학자.

《티마이오스》는 대화편들 중에서 후기에 속하는 것으로 《국가》와 함께 플라톤의 심오한 철학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필독서다. 《국가》가 '좋음(善)의 이데아'를 인식론적-존재론적 원리로 내세우고 있다면 그것이 왜 궁극적인 원리일 수밖에 없는지 설명한 것이 바로 《티마이오스》기 때문이다.

이 책들에서 플라톤은 현인 솔론이 들려준 이야기라며, 솔론이 이집트를 방문했을 때 9천년 전에 바닷 속으로 가라앉은 아틀란티스 대륙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한다. "헤라클레스의 기둥(지브롤타 해협) 서쪽에 하나의 섬이 있었는데 이 섬은 리비아(북아프리카)와 아시아(소아시아)를 합친 것보다 더 컸다. 그 섬에서는 다른 섬으로 건너갈 수가 있었고, 그 섬들을 통해 대서양을 에워싸는 반대쪽으로 건너갈 수 있었다.…… 이 섬은 주변의 섬들과 리비아, 이집트, 유럽의 티레니아 근처까지 복속시킨 강대한 제국의 중심이었다"고 아틀란티스를 소개했다.

◇격렬한 지진과 홍수가 지난 뒤

아틀란티스의 유력한 후보인 아조레스 제도

아틀란티스는 가라앉기 전에도 이미 1만3천9백년 동안 왕가에 의해 통치되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기원전 2만 5천 5 백년에서 기원전 1만 1천 6백년 경에 존재했던 것이 된다. 이렇게 번성했던 대륙이 격렬한 지진과 홍수로 하루 낮, 하루 밤 사이에 바다 밑으로 그 모습을 감추었다는 것이다. 이 극적인 멸망의 드라마 때문에 처음부터 플라톤의 아틀란티스는 교육용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대륙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학계에서는 아예 아틀란티스의 존재 여부를 연구하는 것조차 금기로 여겼다.

하지만 플라톤의 설명은 잡힐 듯이 선명하다. 그는 아틀란티스 "전성기의 수도는 바다와 이어지는 최대폭 533미터의 3중의 환상 운하로 둘러쳐져 있었다. 아틀란티스에는 백, 흑, 적의 돌이 있었으며 이 세 가지 돌을 사용한 얼룩색을 띤 건조물이 있었다. 왕궁은 중앙 섬의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있었다. 여기에는 포세이돈과 애인 크레이트를 모신 신전이 황금의 벽으로 감싸여 있었다. 이와 같은 건조물은 금, 은, 구리, 동, 상아 등 불꽃처럼 빛나는 이상한 금속 등으로 호화스럽게 장식되어 있었다. 육지로 이어지는 운하의 환상로에는 공원, 학교, 병사, 경마장 등이 있으며 이곳엔 또한 탑과 문이 달린 다리가 이어져 있었다. 큰 부두는 각지에서 모이는 상인들로 밤낮 혼잡을 빚었다."

◇가상의 이상 도시를 꿈꾸었던 사람

학자들의 말대로 이것은 단지 머리 좋은 플라톤이 만들어낸 가상의 이상도시일 뿐일까.

최근에는 해상지리학 등 갖가지 과학적 방법을 통해 아틀란티스를 추적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틀란티스가 있었던 곳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포르투갈 서쪽으로 1천5백km 떨어져 있는 아조레스 제도였다. 그 근거는 1898년에 그 근방에서 해저 케이블을 수선하던 프랑스 배가 해저 약 3천미터 깊이에서 찾아낸 화산암 조각이었다. 화산암은 오직 대기 중에서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아틀란티스의 증거가 되곤 하는 영국의 스톤헨지 유적

이밖에도 미 대륙의 말 화석이나 식물 분포도, 지질 구조 등을 통해 대서양 한가운데 지금의 대륙과 연결되는 대륙이 있었으리라는 주장이 미국의 도넬리와 어윙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아틀란티스가 대서양에 존재했다는 가정은 완전히 오류임이 드러났다.

대륙 형성 및 해저에 관한 해양학 연구 결과 면적이 9200킬로미터나 되는 대서양 어느 곳에서도 아틀란티스 규모의 지각 변동이 발생했다거나 또는 그런 대륙이 존재했었다는 증거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또 아조레스 제도에서 시작하는 약 2만 킬로미터의 해저 산맥이 있지만 주장대로라면 이 산맥은 침강 중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융기중이라는 것이다.

◇아서왕의 전설 그리고 거석문화

또다른 가정은 잘 알려진 미노아 문명의 일부가 바로 아틀란티스라는 것이다. 플라톤이 묘사한 아틀란티스의 위치가 크레타섬과 비슷하고, 시기상으로는 차이가 나지만 기원전 14세기경에 크레타 북쪽 160km 테라섬에서 큰 화산 폭발이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아틀란티스는 바로 영국이라는 주장도 나왔는데, 기원전 3천년 전에 대규모 지각 변동으로 극 이동이 일어나면서 웨일즈와 스코틀랜드, 그리고 아일랜드 사이에 아틀란티스의 수도가 침수됐다는 것이다.

이것은 영국 콘월 해안과 실리콘 군도 사이에 존재했던 리외데스 왕국의 침수를 전하는 '아서왕 전설'과 맞아떨어지고, 수수께끼의 거석문화와도 연관된다. 영국이 아틀란티스라는 설은 98년 러시아의 메타역사연구소의 쿠드리야브체프 교수의 해저 탐사 신청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것도 200여가지 가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같은 해 영국의 존 블래쉬 포드가 이끄는 탐사대는 남미의 볼리비아와 페루 접경지역의 한 운하에서 인공위성으로 확인된 해저 도시를 찾아나섰다.

◇이상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신화

이 남미설은 바로 지난해에 영국의 사진작가인 힐에 의해서도 제기됐는데, 힐은 아틀란티스가 안데스 산맥 알티플라노 지역에 실존했다는 주장을 담은 책을 펴내기도 했다. 힐은 플라톤의 묘사를 진실이라고 믿고 도시를 둘러싸고 있던 언덕에 대한 묘사에 따라 항공사진을 분석하고, 고대의 측량단위를 세심하게 연구했다.

생생하지만 어딘지 불가사의한 플라톤의 아틀란티스. 가장 이상적인 국가였으나 탐욕과 부패로 제우스의 저주를 받아 "단 하룻만의 지진과 홍수"로 가라앉아 버린 나라. 플라톤은 자신의 거짓말에 바다를 뒤지고 있는 후손을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고 있을까, 아니면 아틀란티스의 진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생각할까. 플라톤의 아틀란티스는 지금도 이상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 의해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이현주(북코스모스 http://www.bookcosmos.com) hyunjoo70@bookcosm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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