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백진현/이산상봉 보도 짜임새 있었다

  • 입력 2000년 8월 18일 17시 03분


코멘트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 언론의 대북보도와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언론이 남북관계 보도에 있어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대북 논조에 대한 일부 언론간의 갈등은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을 요하는 것은 북측이 우리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보이는 비상한 관심과 이에 따른 국내언론의 대북보도 동향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자신이 남쪽 방송과 신문을 섭렵하고 있음을 밝혔고 일부 언론의 논조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북측이 우리 언론을 대하는 태도에는 강온 양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특정언론사를 지목하여 반민족적, 반통일적 언론으로 배척하고 해당사 기자의 방북을 거부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미 6월 평양 정상회담시 북측은 우리측 일부 언론사 기자의 입북을 마지막까지 거부해 정상회담이 무산될 뻔하기도 했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에는 우리측 기자의 입북이 거부됐다.

다른 한편 북측은 남측 언론계 인사의 방북을 주선하고 남북화해에 언론이 협조할 것을 당부하는 등 당근책도 병행하고 있다. 김위원장의 초청으로 국내 언론사 사장단이 남북언론 교류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했으며(동아일보는 불참) 통일과 민족단합에 도움이 되는 언론활동의 전개, 비방 중상의 중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남북 언론 합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모처럼 마련된 남북관계 개선의 호기를 살려 새로운 시대를 열었으면 하는 것은 모두의 바람이다. 이를 위해 남북한 언론이 비난 비방을 중지하고 불필요하게 상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합리적 비판과 비방은 구별돼야 한다. 북한의 실체를 정확히 알리고 남북관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북한의 불분명한 의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책무다. 더구나 우리 국민의 안위와 한반도의 장래가 걸린 문제인 만큼 다양한 견해와 건전한 비판은 필수불가결하다.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김위원장의 의도에 대해 외국언론에 훨씬 다양하고 정확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만큼 최근의 남북화해 분위기로 우리 언론의 보도태도가 조심스러워졌다는 의미도 된다. 이런 점에서 언론사 사장단 면담시 김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15일자 전문가 분석과 사설 ‘김정일 위원장 발언의 속뜻?’은 바람직한 시도다. 온 국민이 분단의 비극을 절감할 수 있었던 3박 4일의 이산가족 상봉 보도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인간드라마를 다룬 생생한 기사와 함께 현 상봉방식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 등이 균형있게 짜여졌다고 본다. 특히 상봉의 감격 이면에 있는 재이별의 고통에 대한 보도(18일자)는 상봉 후 당사자들이 겪게 될 고통과 상처를 생생하게 표현함으로써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제도적 접근의 필요성을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있다.

백진현(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국제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