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혁성이 안보인다

  • 입력 2000년 8월 7일 18시 59분


이번에 새로 짜여진 내각은 김대중 정부의 집권 후반기 국정개혁을 이끌 팀이라기에는 너무 약해 보인다. 한마디로 개혁성(改革性)이 보이지 않는다. 참신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경제팀은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이 물러난 자리를 다른 경제관료들이 순차적으로 이동하거나 승진해 채운 자리바꿈 개각에 불과하다.

더구나 자민련 몫이라는 산업자원부장관과 농림부장관은 DJP의 공조유지를 위한 정략적 배분으로 장관 자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정파간 나눠먹기로 흘러야 하는 것인지 착잡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경제정책의 주조를 개혁에서 안정으로 변화시킨 것으로 해석되지만 현 단계에서 시급한 것은 지지부진한 개혁의 완성이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이 정부로서는 지금 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이번 개각은 크게 실망스럽다. 특히 관료 출신만으로 진용이 짜인 경제팀에서 그동안 금융과 사기업 부문에 비해 구조조정이 더딘 공공 부문의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지 적이 의심스럽다.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로 빚어진 사태도 지금까지 해답을 몰라서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구 경제팀은 일관성과 추진력 부족으로 여러 달째 성과도 없이 질질 끌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을 지속시켰다.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기존 경제팀 멤버들이 자리만 바꾸어 앉아 시장의 기대를 담아낼 수 있을지 사뭇 걱정된다.

현대그룹은 정부에서 아무리 엄포를 놓더라도 경영권 박탈로 이어지는 법정관리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 버티기를 하는 것 같다. 현대 사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경제위기가 언제라도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 국내외 투자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새 경제팀은 현대 대주주와 경영진의 저항을 이겨내고 계열분리와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유도하면서 경영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구 경제팀은 주요 경제정책에서 말을 자주 바꾸며 부처간에 다른 목소리를 내 혼선을 빚는 바람에 정부가 시장에서 신뢰를 잃는 원인이 됐다. 새 경제팀은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부총리로 격상될 송자(宋梓)교육부장관은 그의 경영 마인드를 높이 산 것으로 보이나 경영과는 차원이 다른 교육 본질의 문제에 얼마나 접근하면서 흐트러진 교육현장을 추스를지 지켜봐야겠다. 사회팀의 새 장관들도 최근의 노사문제 대처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낸 인물들이라는 평이고 보면 점점 심각해지는 의료대란과 노정(勞政)갈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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