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해변으로 가다>, 20대 주인공들의 '슬래셔 무비'

  • 입력 2000년 8월 3일 19시 05분


12일 개봉될 공포영화 ‘해변으로 가다’는 현재 상영중인 공포영화 ‘가위’와 비교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둘 다 올 여름 무더위에 지친 관객을 노린 한국 공포영화인데다 20대 초반의 주인공들이 차례로 난도질 당하는 ‘슬래셔 무비(Slasher Movie)’의 형식을 좇고 있기 때문. 비슷해 보이지만 변별점을 찾자면 ‘해변으로 가다’는 ‘가위’보다 매끈하지만, ‘가위’보다 덜 무섭다.

인터넷의 바다사랑 동호회 회원들인 남경(김현정) 원일(이현균)등에게 바다여행을 떠나자는 메일이 도착하고, 이들은 의심없이 해변으로 떠난다. 해변 별장에서 이들은 몇 달 전 동호회에서 쫓겨난 뒤 자살했다고 알려진 샌드맨으로부터 차례로 죽음의 메일을 받게 되고, 서서히 연쇄 살인이 시작된다. 이미 일상화된 e메일과 인터넷이 영화의 공포를 현실로 이어주는 장치로 쓰였다.

이 영화의 살인 장면들은 다른 한국 공포영화들보다 잔혹하다. 그러나 친구들 중 한 명이 나머지를 연쇄적으로 살해한다는 ‘해변∼’의 이야기는 관객을 공포로 떨게 만들기엔 너무 낯익다. ‘해변∼’은 익히 알려진 미국 공포영화 ‘스크림’에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와 ‘13일의 금요일’을 얹은 듯한 영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스크림’은 ‘섹스를 하면 죽는다’등 공포영화의 원칙을 모두 깨뜨리지만, ‘해변∼’은 이 관습들을 따른 안이한 영화라는 점. 또 ‘스크림’이 지킨 공포영화의 유일한 원칙은 ‘모두가 용의자’라는 것이지만 정반대로 ‘해변∼’에서 등장인물들에게 씌워진 혐의는 너무 쉽게 벗겨진다. ‘해변∼’은 ‘저게 왜 저럴까’하는 의문을 갖게하지 않는 친절한 영화이지만, 의외성이 너무 없는 탓에 잔혹한 장면들이 무섭다기 보다 엽기적으로 느껴진다. 영화를 끝까지 보면 알게 될 주인공의 후반부 연기는 살인마의 광기를 감당하기엔 좀 어색하다. 김인수 감독의 데뷔작. 18세이상 관람가.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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