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祈晴祭(기청제)

  • 입력 2000년 8월 1일 18시 27분


祈―빌 기 晴―개일 청 兆―조짐 조 朕―조짐 짐 懺―뉘우칠 참 ―기우제 영

예로부터 ‘農者天下之大本’(농자천하지대본·農事는 천하의 가장 근본되는 일)이라고 하여 농경민족이었던 우리에게 農事처럼 중요한 일은 없었다. 24절기의 형성과 이용이 하나같이 農事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春夏秋冬의 사계절 구별 역시 農事와 결부시켜 생각했을 정도다.

자연히 그 農事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비, 바람, 서리, 태풍 등 자연현상에 대해서도 우리 조상들은 남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이 제왕의 德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천하가 잠잠하고 풍년을 이루면 왕의 德이 훌륭하기 때문이라고 여겨 방방곡곡에서 歌功頌德(가공송덕)의 소리가 높았다. 반면 地震(지진)이 난다거나 白晝(백주)에 갑자기 日蝕(일식)이라도 인다든지, 또 때아닌 우박이 쏟아진다든지 하면 보통 兆朕(조짐)이 아닌 것으로 여겼다.

물론 가뭄이 계속되어 농작물이 타 들어가는 것도 보통 兆朕이 아니었다. 하늘이 이 같은 재앙을 빌려 不道德한 왕을 懲罰(징벌)하는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이쯤 되면 왕은 坐不安席(좌불안석), 食不甘味(식불감미·밥을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함)가 된다. 물론 民心도 흉흉해지기 시작한다. 帝王이 德이 없기 때문에 이런 災殃을 당하는 것으로 여기는 탓이다. 이 때 제왕은 자신의 不德을 懺悔(참회)하고 아울러 하늘에 간절히 비를 빌게 되는데 이른바 祈雨祭(기우제)가 그것이다.

반면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연일 傾盆之雨(경분지우·마치 물동이를 기울인 듯 쏟아 붓는 비)라도 쏟아지면 이것 역시 왕으로서는 여간 큰 일이 아니다. 농산물의 피해도 피해려니와 動搖하는 民心을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 올리는 제사가 祈晴祭다. ‘제발 비를 그치게 하여 날씨 좀 맑게 해 주십시오’하고 天地神明께 비는 것이다. 일명 영祭라고도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영’은 水災를 물리치는 제사를 일컫는 말이었다.

祈雨祭 못지않게 祈晴祭의 예도 많다. 삼국시대부터 그 기록이 보이는데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에 오면 더욱 많이 보인다. 일례로 世宗 3년(1421)의 기록을 보면 禮曹(예조)의 上奏(상주)로 서울의 4대문, 곧 崇禮(숭례·남대문), 興仁(흥인·동대문), 敦義(돈의·서대문), 肅靖(숙정·북대문)門에서 각기 Z祭를 올렸다는 내용이 있다. 이른바 四門영祭(사문영제)다.

鄭錫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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