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타워]정위용/박상희씨의 '도덕성'

  • 입력 2000년 7월 31일 18시 36분


박상희(朴相熙)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국회에 들어간 지 3개월이 지났다. ‘4·13총선’에서 전국구 후보로 당선된 후 활발한 의정활동을 벌이고 있다.

소속 상임위원회는 정무위. 국회 정무위는 금융감독위원회를 감시 감독하는 곳이다. 박 회장은 워크아웃 상태에 빠져 있는 미주그룹의 대표이기도 하다. 워크아웃 기업은 금감위가 관리하고 있다.

금감위는 최근 워크아웃 기업 경영인들에게 공직사퇴를 요청한 바 있다. 자기 기업도 주체하지 못하는 실패한 경영인들이 무슨 면목으로 사회활동을 하느냐는 지적이었다. 이 조치 이후 장치혁 고합회장 등이 경제단체장에서 줄줄이 물러났다. 이 와중에 미주의 회장만은 요지부동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라는 중요한 단체를 그대로 맡고 있다. 박회장은 최근 일부의 사퇴압력에 대해 “10월말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 중소기업자 대회를 마치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3월말 산하단체장 300명을 이끌고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조만간 사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박회장은 4월 3일 기협 중앙회 확대 회장단 회의를 소집하며 사퇴 절차를 밟아가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총선이 끝나 전국구의원 당선이 확정되자 말을 바꾸면서 사퇴의사를 번복했다. 5월까지는 “사퇴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이 많다”고 하다가 최근에는 또 10월로 말을 바꾼 것이다. 박회장은 3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사퇴를 하지 않아도 법률적인 문제는 없고 말을 바꾼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중기협은 직능단체로서 정치활동이 금지돼 있다. 야당은 바로 이 점을 들어 퇴진을 요구했다. 박회장은 이에 대해 ‘회장은 예외’라는 논리로 버티고 있다. 법 위반 여부는 물론 율사들이 따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가 워크아웃 기업의 대표이면서 국회정무위 소속 의원이라는 사실이다. 경제인들은 박의원의 인격을 믿는다. 사퇴약속을 계속 어기지만 의정 활동만은 공명정대하게 할 것이라고. 그러나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금감위와 채권은행들이 박의원 나리가 무서워 제대로 할 일을 못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워크아웃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중기협회장 사퇴 번복이 이러한 배경에서 이루어진 것이면 문제는 심각하다. 부실기업 대표로서 세계우량기업대표자 대회를 주관하겠다는 것도 아이러니이다.

실패한 경영인의 상징인 워크아웃 기업의 대표로서 의원 배지와 중기협회장을 유지하려는 그의 노력이 오직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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