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賣暑(매서)

  • 입력 2000년 7월 30일 19시 49분


賣―팔 매 暑―더울 서 慰―위로할 위

警―경계할 경 戒―삼갈 계 呪―저주할 주

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아직 人智(인지)가 깨이지 않았던 옛날에는 각종 天然災害(천연재해)나 傳染病(전염병), 동물의 습격 등으로 죽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 이런 죽음의 공포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독특한 현상이나 행위를 믿음으로써 自慰(자위)하곤 했는데 그것이 후에 習俗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고유한 習俗 중에 ‘賣暑(더위팔기)’라는 것이 있다. 음력 정월 15일 대보름은 예로부터 설 다음으로 큰 명절이다. 統計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일년 열두달 세시풍속행사 중 절반 가량이 정월 한 달에 集中되어 있으며 또 그 반 이상이 대보름날과 관계된 풍속으로 차있어 이날이 우리 民俗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다.

東國歲時記(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이 날도 섣달 그믐처럼 등불을 켜놓고 밤을 세우는 이른바 守歲(수세)의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또 부럼을 깨고 귀밝이술을 먹거나 나무를 시집보내는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인다.

이와 함께 ‘더위팔기’도 행해졌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이웃집 친구를 찾아간다. 먼저 그의 이름을 불러 상대가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 가거라”고 외치는 것이다. 그러면 자기는 더위를 판 셈이 되고 대답을 한 친구는 더위를 산 것이 된다. 그러나 오히려 더위를 되사는 수도 있다. 낌새를 미리 알아차리고 상대가 대답 대신 먼저 “내 더위 사 가거라”고 외치는 것이다.

그래서 대보름 아침은 각별히 조심했으며 심지어는 불러도 대답을 않고 도망치던 기억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여름 더위를 警戒했던 조상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행한 습속들이라고 할 수 있다. 더위를 먹게 되면 식욕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매사에 의욕을 잃게 되고 피곤해진다. 지금처럼 선풍기나 에어컨이 있었던 것도 아니요, 냉장고가 있어서 시원한 얼음물을 마실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자연적인 방법으로 避暑를 해야 했기 때문에 여름철 피해야 할 일로 더위 먹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없었던 것이다.

이같은 배려에서 더위를 먹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필요했는데 여기서 일종의 呪術的(주술적)인 방법으로 생겨난 것이 ‘더위팔기’였던 것이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나름대로 순박했던 조상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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