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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27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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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는 올해 초 마음 고생을 단단히 했다. 연봉 협상이 늦어져 3월에야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바람에 2군에서 뒤늦은 ‘몸 만들기’를 해야 했고, 시즌 개막 1달이 5월7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1군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 그것도 원래의 포지션인 2루수가 아닌 1루수로 자리를 바꿔 윌리엄스 이숭용 등과 번갈아 나섰다. ‘자기 자리’였던 2루를 올 시즌 ‘신데렐라’로 떠오른 박종호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었기 때문.
자기 자리를 잃고 ‘수모아닌 수모’를 당하던 이명수가 27일 모처럼 ‘한 방’ 능력을 과시하며 빛을 발했다. 이명수는 수원에서 벌어진 롯데와의 홈 경기에서 무려 8타점을 혼자서 올리며 프로야구 최다 타점 타이 기록을 세웠다. 이명수는 3회 2사 만루 찬스에서 좌측 펜스를 넘기는 홈런포를 터뜨려 자신의 시즌 2호 홈런을 만루 홈런으로 장식했다. 이어 4회 타석에 들어선 이명수는 다시 3점 홈런으로 타점 3개를 더했다. 이명수는 6회에도 무사 1, 2루에서 중전 안타를 터뜨려 8타점째를 기록했다.
프로야구에서 한 경기 8타점이 나온 것은 97년 5월 4일 삼성 정경배가 대구 LG전에서 만루홈런 2개를 뽑아낸 이후 두번째 기록. 이날 5타수 4안타를 기록한 이명수는 8회에도 안타를 쳐냈으나 타점을 추가하지는 못했다.
현대는 3회 이명수의 만루 홈런을 필두로 퀸란과 심재학이 3타자 연속 홈런을 때리는 진기록도 연출했고, 타선의 ‘맹폭’으로 롯데에 15―0의 승리를 거뒀다.
한편 대구에서는 이승엽이 시즌 28호째를 터뜨리며 홈런 공동 선두에 복귀했다.
이승엽은 7회 두산 선발 이광우를 두들겨 2점 홈런을 뽑아내 현대의 ‘포도 대장’ 박경완과 홈런 레이스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경기는 18―7로 두산의 승리. 두산은 대구 삼성전 7연패의 악몽에서 벗어났다. 잠실에서는 LG가 SK를 9―2로 눌렀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