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푸틴대통령의 방북

  • 입력 2000년 7월 18일 19시 41분


오늘부터 이틀 동안 계속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북―러관계가 정상화된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한반도정세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러시아의 의지’까지 담고 있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2월 ‘조(朝)―러 친선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신조약)을 체결, 구(舊)소련 붕괴 이후 약 10년 동안 소원했던 양국관계를 정상화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번 푸틴대통령의 평양방문은 그같은 기틀 위에서 양국관계를 활성화시킨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구(舊)소련이나 러시아의 국가 원수로는 첫 평양방문이라는 사실도 그 상징성이 크다.

푸틴대통령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만나 최근의 남북한관계나 북한의 미사일문제 등 국제적인 현안에 대해 깊은 얘기를 나누고 21세기 양국관계를 규정할 공동선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는 남북한 등거리 정책을 밝히면서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양국관계의 진전은 물론 한반도의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동북아로 눈을 돌리고 있는 러시아의 대외정책으로 인해 자칫 한반도에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북한에 앞서 중국을 방문한 푸틴대통령이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과 만나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나 미―일간에 논의되고 있는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에 적극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양국간의 전략적 파트너관계를 재확인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는 사실상 동북아시아에서의 반미(反美) 공동전선 형성에 합의한 것이나 다름없다. 4강국간의 이같은 대립상태가 심화되는 것은 한반도 정세에 결코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푸틴대통령은 가까운 장래에 서울과 도쿄(東京)를 방문할 예정이다. 푸틴대통령의 그같은 잦은 동북아 방문은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러시아의 노골적인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미국 일본 등의 반응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 갈등의 한가운데에 한반도가 있다. 더구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에 나름대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주변 4강국들의 물밑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4강의 외교적 주도권 다툼이 가열될수록 한반도정세는 더욱 복잡하고 미묘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은 6·15선언을 착실히 이행해가면서 스스로 확고한 중심을 잡고 주체적 입장에서 4강과의 관계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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