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천국제공항의 부실 의혹

  • 입력 2000년 7월 16일 23시 17분


인천국제공항은 동북아시아의 허브(중심)공항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8년 동안 7조원이 넘는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 민족의 대역사다. 공항 시설 가운데 연면적 10만여평이나 되는 여객 터미널은 연간 내외국인 2700만명 처리 능력을 갖춘 국내 최대의 건물이다.

인천국제공항은 바로 세계를 향해 내놓은 한국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여느 건설공사와는 유다른 시공과 감리의 정밀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

인천국제공항 터미널 공사 현장에서 3년 동안 감리원으로 일했던 정태원씨가 폭로한 시공부실의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정씨는 땜질식 설계변경, 내화(耐火) 및 방수(防水)처리 미흡, 불량 자재 및 부적절한 시공법 선정, 허술한 안전진단, 문제를 덮어준 부실감리 등에 대한 의혹을 상세하게 제기했다.

대형 국책 공사에서 시공회사 직원이 감리원을 폭행하고 위조 검측문서에 대한 허위서명을 강요하거나 감리원이 시공회사로부터 돈을 받고 부실을 눈감아 주는 일이 있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공회사가 감리원을 매수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때리는 식이라면 시공을 감시하기 위해 생긴 감리 제도가 존재할 이유도 없다.

1월 감사원 감사를 받던 중 자살한 감리원 노모씨가 상사의 압력으로 시공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고민했다는 폭로가 사실이라면 공사 감리단과 시공회사 사이에 구조적 상납고리가 오래 전부터 형성됐다고 봐야 한다. 감사원은 그동안의 감사결과가 이번에 정씨가 제기한 의혹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한 재감사에 들어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씨랜드 화재 등 원시적 사고가 속출해 국제사회에서의 국가 신인도(信認度)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수학여행 버스의 참사도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빗길 과속 등 안전 소홀과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빠르고 값싸게’ 끝내는 데만 급급해 안전에 신경을 덜 쓰는 후진국형 의식구조에 뿌리를 둔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내년 3월말 개항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 부실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고 의혹의 성격에 따라 수사할 부분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번에 제기된 의혹을 적당히 덮으려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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