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파업 하거나 말거나"…외국인 큰 場 이끌까

  • 입력 2000년 7월 11일 18시 49분


은행권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주식매수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일각에선 ‘외국인의 힘’으로 전고점 돌파는 물론 종합주가지수의 ‘상향조정(레벨-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까지 한다. 그들은 도대체 무슨 의도로 ‘한국주식’을 사고 있는 것일까. 은행파업이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일까.

▽호전되고 있는 주변여건〓많은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구조조정 정책이 외국인들의 호감을 산 것’으로 분석한다. 은행권의 파업 경고에도 불구,‘구조조정은 일관되게 추진한다’고 명시한 점이 그들의 입맛에 맞았다. 여기에다 회사채펀드의 가동,금리의 추가적인 하락,비과세펀드로의 자금유입 등 유동성 장세를 촉발할만한 기반이 무르익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공세엔 그들 자체의 자금력이 확대됐다는 점도 작용한 듯 하다. 최근(6월29∼7월5일) 미국내 뮤추얼펀드 투자자금 동향을 보면 한국시장에 참여하는 외국인 투자자들 자금과 연관성이 높은 글로벌펀드에 3억3400만달러,이머징마켓펀드에 1억4700만달러,아시아태평양지역펀드에 4400만달러가 각각 순유입됐다는 것.

엥도수에즈WI카증권 이옥성지점장은 “투신권의 줄기찬 매도공세에 ‘혼쭐이 났던’ 외국인들은 최근 투신의 매도가 일단락되면서 수급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주냐, 실적호전 대형주냐〓외국인들은 올들어 삼성전자 현대전자 SK텔레콤 등 기술주에 매수자금(약 10조원)의 80% 이상을 쏟아부었다. 여기까진 한국물을 산게 아니라 ‘반도체 및 기술주’를 매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엔 저평가된 중가우량주와 일부 은행주에도 외국인들의 손길이 뻗치고 있어 ‘매수세가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심증을 갖게 만든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지난달 30일 이후 10일까지 한전 SK글로벌 삼성중공업 삼성SDI 대한항공 등 중가우량주와 국민은행 삼성증권 신한은행 등 우량은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무엇보다도 외국인들이 최근까지 비중을 축소했던 금융주를 파업 와중에 다시 매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는 평가.

마이애셋 최남철상무는 “삼성전자 등 핵심기술주는 이미 과매수상태”라며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실적호전 저평가 우량주쪽으로 교체매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주가 레벨 업의 가능성은〓최상무는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기폭제가 돼 조만간 ‘큰 시세’가 날 것같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저가주를 사지는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시장에 유동성(순매수)을 공급,여기서 현금을 마련한 개인들이 장기소외된 저가주 및 금융주로 이동하는 등 자금의 선순환이 일고 있다는 것.

그는 지수가 급등하지 않더라도 ‘종목별로 2,3배 시세도 가능해 보인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순매수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않다. 과거 경험상 외국인들은 지수가 850선 언저리에 다가설 경우 관망하거나 소폭 순매도를 보인 경우가 많았다.

현대증권 한동욱 선임연구원은 “미국 경기가 급격하게 둔화될 경우 국내 수출 및 경기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외국인들은 미국경기의 연착륙을 확인할 때까지 매수 고삐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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