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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29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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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 주가는 4250원과 5750원 사이에서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다. 운 좋게도 4250원에 사서 5750원에 팔았다면 수익률은 하루만에 30%, 연간으로 따지면 1만%가 넘는다. 이처럼 주가가 장중에 심하게 오르내릴 땐 그날 사서 그날 파는 식의 거래를 하고 싶어진다. 이런 매매방식이 바로 데이트레이딩(day trading·초단타매매)이다.
6월중순 이후 증시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데이트레이더(day trader)들이 부쩍 늘었다. 장중내내 강세를 보이던 종목이 막판에 갑자기 꺾인다거나 종가가 보합에 그친 종목이 엄청난 거래량을 기록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 사실에서 데이트레이더들의 가뿐 숨결이 느껴진다. 증권가에선 데이트레이딩에 의한 거래량의 비중을 거래소의 경우 40%, 코스닥은 그 이상으로 본다. 데이트레이더는 전체 투자자의 5% 가량인 2만명 남짓으로 추산된다.
데이트레이딩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나쁜 편이다. 경제를 살찌울만한 내실있는 기업을 찾아 투자를 하지 않고 가격 등락이 큰 몇몇 종목들만 밀어줘 자금의 효율적 배분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에 반해 데이트레이딩 옹호자들은 거래량을 늘려 증시를 활성화한 장본인이 데이트레이더들이라고 주장한다.
기관의 작전과 외국인의 완력이 판치는 증시에서 개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데이트레이딩밖에 없다는 항변도 나온다. 29일 D증권사의 한 트레이딩룸에서 만난 투자자들은 데이트레이딩에 대해 ‘장세 전망이나 종목 분석에 골머리를 썩이지 않아도 된다’(32세의 전업투자자)거나 ‘비전문가도 제대로만 하면 경지에 오를 수 있는 투자방법이다’(40대 주부) 는 등의 의견을 나타냈다.
과연 데이트레이딩이 장단기 보유투자보다 타율을 높여주는 투자방법일까. 증권업협회 강석훈 리서치팀장은 “미국에서는 장기 보유투자가 데이트레이딩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와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렇다할 연구 결과가 없다”고 말했다.
데이트레이더들은 “천명이나 만명에 한둘은 장기투자자가 상상할 수도 없는 수익을 거두지만 보통 열에 두세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잃는 편이다”고 귀띔했다. 2년 경력의 한 전업 데이트레이더는 “데이트레이딩은 기본적으로 프로의 세계다. 재테크 차원에서 어설프게 접근하다가는 십중팔구 돈만 날리게 된다”며 “자신의 여건이나 취향에 맞는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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