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나의 저금통]축구스타 골기퍼 김병지

  • 입력 2000년 6월 28일 19시 18분


《동아일보는 이번주부터 유명인들의 재테크 체험기인 ‘나의 저금통’을 싣습니다. 잔잔하면서도 내실있는 이들의 포트폴리오 경험담은 독자여러분의 재테크 운용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프로축구 스타 골키퍼 김병지(金秉址·울산 현대)▼

92년 프로축구 울산 현대에 입단하면서 받은 돈이 계약금 1000만원에 연봉 960만원. 올 연봉은 당시보다 20배 이상 뛴 2억원.8년동안 구단에서 9억원 가량을 받았다. 이밖에 대표팀 승리수당, CF 촬영으로 받은 돈도 꽤 된다. 재벌은 아니더라도 먹고 살 만큼은 된 것같다.

그러나 나는 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산다. 스포츠 선수의 숙명일수도 있다. 일반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과 달리 우리는 30대에 이미 은퇴에 대한 절망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재테크나 돈 관리도 일확 천금보다는 10년, 20년후 가족의 생존권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다.

70년 경남 밀양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나는 프로 입문전 단 한번도 돈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 전자오락이나 군것질하는 친구들을 보고 부모님께 떼를 쓰다 울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86년 고향을 떠나 마산공고로 진학하면서 가슴아픈 경험을 했다. 학비가 없어 등록금 납입때만 되면 가슴을 졸여야 했고 키까지 자라지 않아 후배 골키퍼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옮겨간 곳이 부산 소년의 집. 학비도 해결되고 갑자기 키가 커 축구를 계속할 수 있는 행운이 따랐다.

졸업후 금성산전에서 첫 월급 25만원을 받았다. 내 손으로 번 돈이 너무도 자랑스러워 고향 부모님께 모두 부쳤다. 이후 프로로 진출하면서 난생 처음 생활고에서 해방됐다.

97년 12월 결혼을 하고나자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가난한 이웃이 눈에 어른거렸다. 고향 후배들에게 운동용품, 장학금을 지원했고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투석기를 기증했다.

나는 재테크엔 별로 재주가 없다. 주식도 불안해서 하지 않는다. 다만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재테크(?)라고 생각한다. 프로 입단후 번 돈의 40%는 꾸준히 정기예금에 부어왔고 장래를 생각해 서울 근교에 땅도 좀 사뒀다. 부모님께는 매달 농사자금 및 생활비로 200만원을 보내드린다. 그러나 내 용돈은 월 40만원 가량. 집은 4200만원짜리 아파트 전세(경남 울산시 남구 32평형)다. 당장 집을 살 몫돈이 없는데다 은퇴후 해외 지도자 연수 등을 생각해 유보하고 있다. 돈을 모으는 비결은 한 가지라고 생각한다. 바로 버는 만큼 분수에 맞게 생활하는 것.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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