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이야기/웅담]보약아닌 치료약…과용은 금물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2분


한약재 중에서 가짜가 가장 많은 것이 바로 웅담이다. 사향이나 해구신도 가짜가 많지만 그 물량이나 선호도면에서 웅담을 따라가지 못한다. 중국 관광지의 ‘백두산 웅담’이 진짜라면 백두산에는 수만마리의 곰이 사육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중국 동남아 등 관광지에서 판매되는 웅담의 95% 이상은 산돼지쓸개(猪膽)라고 봐야 한다.

웅담은 어혈(瘀血)을 풀어주는 대표적인 약. 어혈은 교통사고를 당했거나 타박상을 입었을 때 또는 수술 뒤에 기혈(氣血)이 순환장애를 일으켰을 때 가장 잘 일어난다.

이때는 웅담을 팥알만큼 떼어서 소주잔 한잔 정도의 술에 타서 마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웅담은 담즙분비를 촉진시키고 담석을 녹이는 효과가 있으며 지방간을 치료해주는 효능도 있다. 담석을 녹이거나 지방간을 치료할 때는 술 대신 따뜻한 물에 녹이거나 캡슐에 넣어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웅담이든 저담이든 동물의 쓸개에는 체내의 열을 없애주고 해독시키는 ‘사(瀉)’의 효능이 있다. 동물의 쓸개를 녹인 물은 치질로 항문출혈이 심할 때 환부에 바르면 지혈과 진통효과 뚜렷하다.

그러나 동의보감에는 ‘함부로 사할 경우 몸의 진액이 마르고 기력이 떨어져 오래 살지 못한다’고 적혀있다.

시중에서 웅담을 보약으로 잘못알고 장복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웅담의 효능을 과신한데서 빚어진 약물오용의 본보기다.

곰 쓸개라고 다 웅담으로 쳐주지 않는다. 반달곰이나 흑곰은 ‘으뜸’으로 치지만 북극의 백곰이나 불곰은 ‘하품(下品)’. 집에 웅담이나 저담을 보관하고 있다면 빨리 복용하기 위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 아무리 오래 보관해도 약효가 떨어지거나 상하지 않기 때문이다.02-766-2004

윤영석(춘원당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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