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800고지 점령하라" 선봉에선 투신권

  • 입력 2000년 6월 22일 19시 27분


‘급락에 대한 부담은 상당히 가셨다. 그러나 외국인의 도움없이는 800선을 뚫기가 힘들어 보인다.’

22일 주식시장은 등락을 거듭하는 널뛰기장이 펼쳐진 끝에 소폭(0.37포인트) 상승하면서 마감됐다. 오전장 한때 800선을 가볍게 돌파하는가 싶더니 오후장엔 프로그램 매도물량에 밀려 770선대로 곤두박질쳤다. 장중등락폭은 32포인트.

이날도 현물시장은 선물시장의 등락에 따라 춤을 췄다. 기관투자자들이 이틀째 순매수를 유지한 점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

▽장분위기는 점차 낙관적으로〓회사채펀드의 본격 가동과 현대투신의 외자유치 소식으로 ‘갈팡질팡하던’ 시장분위기가 ‘신용위기 해소’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750선이 든든한 지지선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7월 이후엔 신용경색이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솔솔 나오고 있다.

특히 현대전자 현대투신의 외자유치에 이어 23일 예정된 다임러의 현대자동차 투자계획 발표는 현대그룹의 유동성위기를 해소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 22일 증시에선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반영,현대전자 등 현대계열사 주가가 장중내내 강세를 유지했다.

▽투신의 순매수 반전〓투신사를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은 전날에 이어 이틀째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팔지 않은 것’만으로도 투자심리를 부추기는 효과를 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투신사들의 장세관이 낙관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7월 이후 신용위기가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고 선취매성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달초까지 대거 처분한 은행 증권 등 금융주를 다시 편입하는 등 과매도했던 포지션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포트폴리오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SK투신운용 장동헌주식운용본부장은 “주가 상승이전에 펀드내 주식편입을 서둘지 않으면 5월말 급등기에 그랬던 것처럼 철저히 소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이 도와줘야〓투신이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추가적인 매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매수자금이 ‘새 돈’이 아니라 펀드내 주식편입비율을 지나치게 줄이면서 축적한 자금이기 때문. 지수 800선을 넘는 상승세가 이어지면 다시 환매압력이 가중되고,투신권은 주식을 내다팔 수 밖에 없다.

템플턴 투신운용 강신우상무는 “급락의 위험이 사라졌지만 시장체력이 워낙 약해 800선을 뚫기가 버거워보인다”며 “외국인의 가세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 이병익운용본부장은 “외국인들은 27일로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눈에 띄는 ‘액션’을 취할 것 같지 않다”며 “그땐 까진 750선∼800선 범위에서 등락하는 기간조정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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