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광고]日산토리/술회사가 '술 절제' 캠페인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27분


자동차 회사가 매연을 문제삼아 자동차를 타지 말자고 광고할 수 있을까. 모피회사가 야생동물 보호를 주장하는 광고 캠페인을 할 수 있을까.

산토리는 이를 해냈다. 한 두 번의 시늉이 아니라 ‘술 절제’ 광고캠페인을 15년 동안이나 해오고 있다.

1899년 창업, ‘재팬 위스키’라는 고유한 위스키 장르를 만들어낸 일본 산토리의 술절제 캠페인은 1986년부터 시작, 지금도 계속중인 일본의 최장수 광고캠페인.

산토리는 1984년 펭귄과 문어를 캐릭터로 만든 산토리 스티커가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아이들에게까지 술을 팔려고 한다”는 사회적 비난을 거세게 받았다. 시민단체들은 산토리를 고발하기까지 했다. 창업이래 최대의 위기였다.

여기에 자극받아 산토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사내의 반발을 무릅쓰고 86년 ‘술 소비를 자제하자’는 광고캠페인을 신문지상에 시작했다. 솔직한 캠페인을 통해 술의 부작용을 사회의 전면에 부각시키자는 취지였다.

캠페인 1기(86년∼91년)는 주로 과음 자제, 간이 쉬는 날 등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술을 천천히 즐기자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단순한 그림과 자상한 할머니가 이야기하듯 잔잔한 문구로 승부를 걸었다.

‘술도 친구처럼 오랫동안 사귀기 위해선 천천히 적당히 마시자’‘술집 앞에서 머뭇거리는 발걸음을 참고 되돌리세요’‘간이 쉬는날, ‘休肝日’을 만듭시다’‘술에 찌들어 아침 출근 엘리베이터에서 눈총을 받지 맙시다’ 등 산토리의 캠페인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91년부터는 타깃을 샐러리맨에 국한하지 않고 임산부 청소년 등으로 확장하면서 강압적인 음주문화, 음주후 목욕 등을 비판하는 2단계 캠페인에 나섰다.

‘신입사원에게 무리하게 술을 권하지 말자’‘당신이 술을 마시면 뱃속의 아기도 술을 마신다’‘음주후 수영을 하면 술이 돌이 돼 당신을 익사시킨다’‘원샷 박멸’‘망년회는 품위있게’ 등이 이 기간의 광고카피. ‘누구도 음주를 강요할 수 없다’는 신(新) 음주헌장까지 만들었다.

결국 산토리는 15년간의 술절제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를 진정으로 위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기업으로 소비자의 기억 속에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돈을 많이 버는 대기업(Big Company)에서 존경과 신뢰를 받는 좋은 회사(Good Company)로 이미지를 바꾼 것이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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