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지원청소년위원장의 사퇴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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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청소년보호위원장이 돌연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검사 출신으로 뒤늦게 생소한 분야인 청소년 업무에 뛰어든 그는 스스로를 청소년 문제의 ‘전도사’라며 이 분야에 열정을 쏟아왔다. 갑작스러운 사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위원장의 사퇴이유는 최근 진행중인 정부조직 개편에서 독립적인 청소년 전담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번 개편에서 쟁점의 하나가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와 ‘문화관광부 청소년국’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청소년 조직을 일원화하는 문제다.

문화부와 같은 특정 부처 소속이 아닌, 별도의 전담기구가 설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강위원장은 현직을 유지한 상태에서는 자리에 연연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사퇴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강위원장은 보다 객관적이고 떳떳한 위치에서 소신을 피력하기 위해 사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본란이 이미 지적했듯이 현재의 청소년 관련 행정조직으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청소년 문제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청소년 단체들도 별도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씨의 발언 중 관심을 끄는 것은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 재연되고 있는 부처이기주의다. 강씨는 “조직개편 작업을 맡고 있는 정부기능조정위원회가 문화부를 의식해 현재의 이원화된 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강씨의 이런 발언은 개편 대상에 오른 기관장으로서 어느 정도 상부의 분위기를 파악한데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만약 사실이라면 정부조직 개편의 취지는 크게 퇴색할 수밖에 없다. 정부조직 개편은 합리적인 기준을 토대로 ‘최선책’을 선택하자는 것이지, 이쪽 저쪽의 눈치를 보거나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이번 개편작업에 들어간 연구용역비만도 4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실 산하 특별위원회의 위상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강위원장 이외에도 반부패특별위원회의 윤형섭 위원장이 지난 2월 임명된 지 얼마되지 않아 사퇴했고 여성특위 강기원 위원장도 지난달 그만두는 등 위원장들의 중도 하차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정부가 특수목적을 띠고 출범시킨 위원회의 운영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위원회의 설립 목적에 걸맞은 권한과 조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또하나의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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