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조상원 현암사회장 별세…한국 출판계 산증인

  • 입력 2000년 5월 28일 20시 01분


한국 출판계의 산 증인으로 불려온 현암사 조상원(趙相元)회장이 27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조회장은 1932년 보통문관시험에 합격, 공무원 생활을 하다 51년 자신의 호인 현암(玄岩)을 따 현암사를 설립했다.

59년 우리나라 최초의 법령집인 ‘법전’ 출간을 시작한 뒤 법령의 조항에 개정연월일을 표시하고 입법총람, 판례요지를 수록하는 등 법전 출판에 관한 현대적 규범을 수립했다. 우리나라 판 검사의 거의 대부분이 오늘도 그가 만든 법전을 들여다보고 있을 정도로 법전과 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64년 낙양의 지가를 올렸던 이어령 에세이집 ‘흙속에 저 바람속에’, 65년 ‘사서삼경’ 등 숱한 베스트셀러를 낸 그는 80년 장남 조근태(趙根台)사장에게 업무를 인계한 뒤에도 올 초까지 법 관련서 편집 및 교정사업을 계속해왔다.

그는 특히 ‘흙속에 저 바람속에’ 출간 때 배포 하루전 준비된 표지를 파기하고 새로 다시 인쇄를 지시하는 등 인쇄 지질 등을 포함한 책의 완성도를 중시한 것으로 유명했다.

80년대 초반에는 70대의 나이로 워드프로세서를 배워 활용했으며 91년에는 직원들에게 직접 일어강의를 시작하는 등 말년에도 ‘영원한 현역 출판인’으로 자부해 왔다.

유족은 현암사 조근태 사장 등 2남4녀. 발인 31일 오전8시반. 유족은 고인의 뜻에 따라 벽제장묘사업소에서 그의 유해를 화장키로 했다. 02-365-5051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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