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공모가 당초 부풀리기 심각…희망가보다 2~3배 예사

  • 입력 2000년 5월 24일 19시 37분


코스닥시장 등록예정기업의 신주 공모가격이 수요예측 과정에서 지나치게 높아져 투자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수요예측이란 주간사증권사가 공모주 일반청약 직전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예비청약’. 수요예측에서 확정된 공모가격이 희망공모가보다 곱절이상 높아지는 사례도 잦아 불투명한 장세에서 자칫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높아지는 공모가〓15∼16일 공모주청약을 실시한 이오리스는 희망공모가가 5000원이었지만 수요예측을 거치면서 공모가는 1만8000원으로 4배 가까이 높아졌다.

22∼23일 공모주청약을 실시한 옥션도 공모가가 당초 2만원의 두 배인 4만원이 됐다. 옥션은 한도껏 청약한 경우 무려 2억원이 들었다. 소액투자자가 발붙일 여지가 크게 줄어들어 경쟁률도 이례적으로 낮은 37대 1에 그쳤다.

4월이후 공모주청약을 실시했거나 신주공모를 앞두고 있는 28개사 중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가 50%이상 높아진 기업은 모두 13개사. 특히 이달 들어서는 13개사 가운데 공모가가 50%이상 상승한 기업이 8개에 달해 ‘공모가 인플레이션’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주가는 곤두박질〓약세국면이 계속된다면 언제라도 신규등록종목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

한솔창업투자는 수요예측을 거치면서 공모가가 희망가(1만4000원)보다 3000원 올랐지만 뚜껑을 열자마자 내리막을 걸어 주간사가 주가를 떠받치는 시장조성을 실시하고 있는 상태. 한국신용평가정보도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추락했다.

옥션의 경우도 이같은 상황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이다. 액면가 5000원 기준 40만원짜리 주식을 ‘과연 얼마나 남길 수 있겠느냐’는 인식이 확산돼 경쟁률이 낮았다는 것. 한 기관은 옥션의 적정주가를 2만3000원으로 산출, 청약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제도개선 필요〓현행 수요예측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본질가치, 공모희망가, 가중평균가, 공모가격 등 공모가 산정과 관련한 가격들이 따로 논다는 것.

공모희망가는 기업의 본질가치와 별 상관없이 해당기업과 주간사의 협의에 의해, 가중평균가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기관들의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형편. 공모가 역시 가중평균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각 단계를 거치면서 공모가가 한없이 오르는 것.

특히 해당기업과 주간사, 주요 기관이 짜면 공모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 좀 비싸게 받더라도 많은 물량을 확보하자는 계산이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수요예측에 참가하는 기관들의 공모주 의무보유기간을 석달정도로 명시하는 것을 포함, 금융감독원과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모가격 어떻게 정해지나▼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각 금융기관과 하이일드 후순위채(CBO) 하이브리드 등 펀드의 운용사는 주간사증권사에 ‘얼마에 몇 주를 사겠다’는 신청서를 제출한다.

주간사는 이들의 신청을 모아 주문수량을 감안한 가중평균가를 계산, 이를 토대로 최종 공모가를 결정. 따라서 기관들의 고가(高價)주문이 많으면 자연 공모가는 오르기 마련이다.

이러한 공모가 결정방식은 그동안 발행사와 결탁한 일부 기관들의 장난으로 상당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협회는 올 2월 ‘표준 수요예측 권고안’을 만들어 극단적인 가격은 가중평균가 계산에서 배제시켰다. 기관들의 주문을 가격순으로 배열했을 때 누적물량 상하위 10%에 포함되는 값은 버리도록 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된 제도 역시 공모가를 현실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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