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승모/'무늬만 젊은피'는 가라

  • 입력 2000년 5월 21일 19시 44분


여야의 30, 40대 초선 당선자들의 잦은 만남이 눈길을 끌고 있다.

17일 광주에서 5·18 기념행사를 함께 가진 데 이어 21일에도 공동모임을 갖고 16대 국회의 정상 개원을 촉구하는 선언을 발표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일상화돼 있는 우리 정치풍토에 익숙한 일반인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민주당의 ‘창조적 개혁연대’ 소속인 정범구(鄭範九) 함승희(咸承熙) 이종걸(李鍾杰) 송영길(宋永吉) 당선자와 한나라당내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미래연대)’의 김영춘(金榮春) 오세훈(吳世勳) 원희룡(元喜龍) 안영근(安泳根) 당선자 등이 이 같은 ‘새 기류’의 주역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에 대해 사시(斜視)의 눈길이 엄존하는 것도 현실이다. 왜 그럴까? 과거 ‘젊은 개혁파’를 자처했던 초선 국회의원들이 기성정치권에 하나둘 흡수돼 간 전례가 생각나기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젊은 초선 의원들이 제각기 의지를 가지고 개혁을 요구하는 것을 말릴 사람은 없다. 어떤 면에서 지금 국회는 그런 소리를 내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들이 너무 ‘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시험하고 있는 ‘여야 공조’가 과연 어떤 지향성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들이 과거 한때 같은 생각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그동안의 정치행보를 보면 너무나도 판이하다. 이들 중에는 구시대적 파벌주의에 물들어 있는 사람도 없지 않다. 5·18공동 기념행사도 각기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는 바람에 여느니 마느니 논란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틀’, ‘집단의 틀’을 계속 가동하는 데 대해 이들 스스로 석명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옴직하다. 그렇지 않고 적당히 만나는 것이라면 기성정치인들의 행태와 다른 것이 무언지 알 수 없다.

윤승모(정치부기자)ysm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