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펀드투자자 "손도 못 써보고…"…투자손실 속출

  • 입력 2000년 5월 18일 19시 29분


장중에 심리적 미지노선인 종합주가지수 700선이 무너지면서 직접 투자자뿐 아니라 주식형펀드나 뮤추얼펀드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여겨진 간접투자 상품에서도 투자손실이 속출, 증시급락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폭락장속 손실 '눈덩이'▼

▽주식형펀드 투자자 손해 ‘눈덩이’〓지난해 하반기 투신사 주식형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신영임씨(45)는 주가하락을 견디다 못해 최근 환매수수료를 물고 25% 손해를 보면서 돈을 찾았다. 투자원금의 70%는 손해를 무릅쓰고 뺐지만 나머지 30%는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원금만이라도 찾을 수 있을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저금리 기조에 증시상황이 아주 좋을 것으로 예측한 증권사 전망을 믿고 은행에 예치된 돈을 찾아 펀드상품에 들었다가 낭패를 본 것.

간접투자 열풍에 휩싸여 뮤추얼펀드에 투자한 김병수씨(50)는 아예 돈을 찾을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뮤추얼펀드는 주식형펀드와 달리 만기가 1년이라 증시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중도에 돈을 찾을 수 없기 때문. 내달에 만기가 돌아오는 이 상품은 이미 원금의 30%가 날아간 상태.

한국펀드평가가 투신사와 자산운용회사의 주식형펀드 및 뮤추얼펀드 투자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주식투자비중이 60%이상인 성장형펀드의 경우 올들어 19.6%나 투자손실을 봤고 안정성장형(주식비중 30-60%)은 평균 13.2%, 주식비중이 30%이하인 안정형상품은 5.1% 손해를 봤다. 또 뮤추얼펀드는 18.6%의 투자손실을 낸 상태. 이 기간중 종합주가지수 하락폭이 34%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그나마 위로를 삼을 만하지만 문제는 이들 투자자들이 투자위험은 전혀 생각도 않고 있다는 것.

▼주식형 평균 30% 까먹어▼

▽간접투자자는 은행고객(?)〓간접투자 후유증이 심각한 것은 펀드투자자들이 대부분 간접투자상품을 ‘투자의 묘약’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 지난해 불어닥친 뮤추얼펀드등 간접투자 열풍으로 대부분 투자자들은 ‘실적배당’ ‘원금손실 가능’ 이라는 원론적 의미를 망각한채 ‘은행보다 이자를 3∼4배 더 주는 상품’으로 오인하고 있다.

D투신 관계자는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이 평균 30%가량 손해보고 있어 고객들을 설득하기가 무척 어렵다”며 “중도환매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펀드로 갈아탈지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들이 많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일단 기다리자고만 한다”고 털어놨다.

▼투자위험 사전설명 미흡▼

▽투자위험 실적배당 고지 잘 안돼〓원금손해의 1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투자자 본인이 져야 하지만 충분한 위험설명 없이 고객들을 마구 유치한 투신사와 증권사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실정. 영업직원들은 일단 상품을 팔기만 하면 판매보수가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목적이나 기간 투자위험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없이 상품을 대량판매하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투자자 김병철씨(46)는 “지난해 모든 증권사들이 장밋빛전망을 하면서 기업들은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 투자자 돈을 통해 구조조정을 한 반면 주가폭락의 피해는 투자자들이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영해기자> money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