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대기업 벤처투자 A+…족집게 발굴-스피드투자

  • 입력 2000년 5월 15일 18시 51분


대기업 벤처투자의 효시인 삼성물산 벤처투자팀 ‘골든게이트’.

작년 5월 골든게이트가 출범하자 현대 LG SK 등 다른 대기업들도 앞다투어 벤처기업 투자에 나섰다. 지금까지 대기업들의 벤처 투자규모는 수천억원대.

벤처업계에서는 투자 초기 “관료적인 대기업의 속성상 벤처투자는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대기업 벤처업계 창투업계 등 3자가 모두 골든게이트의 성공 여부에 비상한 관심을 쏟아왔다.

그렇다면 골든게이트가 1년간 투자한 30개 벤처기업의 성적표는 어떨까.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로는 일류 창투사 못지않은 투자를 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서울벤처밸리에서는 ‘골든게이트 리스트’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

골든게이트가 투자한 업종은 인터넷기업 정보통신기기 바이오 금융포털 등 4가지. 이 중 가장 성공한 투자로 인정받는 업체는 오마이러브 등 10개 정도이다.

인터넷 화상채팅 및 솔루션 제공업체인 오마이러브는 설립 3개월만에 베스트 인기사이트로 뛰어올랐고 화상채팅 솔루션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제어계측기기 업체인 우리기술은 코스닥 등록 심사를 받고 있으며 지인텍은 콧물흡입기 속눈썹고대기 등을 해외로 수출중. 네오플란은 인터넷자동차 판매사이트 ‘리베로’로 자동차 판매시장에 돌풍을 몰고 왔으며 인터넷 입체영상 솔루션업체인 오즈인터미디어는 차세대 커뮤니티 모델로 투자자들이 줄을 섰을 정도.

휴대전화를 특정 장소에서 자동으로 진동모드로 바꿔주는 기술을 갖고 있는 컴트루테크놀로지, 인터넷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확보한 엔웍스 역시 유망 벤처로 인정받고 있다.

골든게이트는 업체당 평균 10억원씩 300억원을 투자했으며 현재 평가이익만 1000억원대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창투업계가 꼽는 골든게이트의 투자성공 요인은 세가지. 우선 제품의 시장성을 알아보는 눈이 창투사보다 뛰어나다. 종합상사맨들이 수출일선을 뛰면서 축적된 경험이 빛을 발한 것. 또 특유의 정보력과 네트워크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거나 해외투자자를 찾는 데 도움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골든게이트팀에 투자결정의 전권을 주고 ‘스피드 경영’과 ‘자율경영’을 실천해왔다.

골든게이트는 아예 사무실을 본사에서 분리, 서울벤처밸리로 이전하고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는 등 벤처기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골든게이트 문영우(文永佑)팀장은 “벤처기업인을 ‘애송이’라고 무시하던 임원진이 요즘은 이들의 장점을 흡수하고 있으며 반대로 벤처기업인들은 대기업의 조직화된 힘과 노하우를 배워가는 등 ‘상생(相生)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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