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이슈분석]구조조정 서둘러야 시장 안정된다.

  • 입력 2000년 5월 15일 09시 22분


'정부가 금융기관 구조조정 및 공적자금 조성계획을 빨리 내놔야 금융시장이 안정된다'

금융시장에서 이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자 시장이 불확실성에 휩싸이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투신사는 시장의 안정판 역할을 하기는 커녕 시장불안의 진앙지로 변한지 오래다. 투신사의 공사채형수익증권은 작년7월 대우사태가 불거지며 대량인출로 몸살을 겪더니 올들어도 40조원이 넘게 빠져나갔다. 200조원에 달하던 것이 지금은 87조원으로 줄었다. 7월부터는 시가평가제가 실시될 예정이어서 투신사로부터의 자금이탈이 여기서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투신사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은행의 1년이하 단기저축성예금으로 몰리고 있다. 시중에 돈은 많이 풀려 있지만 단기부동화되고 있는 것이다. 단기화되고 있는 자금은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에 뒷심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자금은 7월 채권시가평가제와 내년부터 예금보호한도 2천만원 축소를 앞두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 은행으로서는 지금 당장은 자금이 풍부하지만 이 자금이 어디로 움직일지 몰라 채권 등에 장기적인 투자를 하지 못하고 단기로만 굴리고 있다.

돈이 필요한 기업으로 흘러가 생산자금화되면서 선순환되는게 아니고 금융기관만 맴도는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시장참가자들은 그이유로 정부가 금융기관 구조조정 문제를 질질 끌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첫손가락에 올려놓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동아닷컴이 12일 10명의 주요 채권딜러를 대상으로 실시한 채권금리전망 조사에서도 드러났고 주식시장 참가자들도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무디스는 최근 발간한 '위기에 취약한 한국 은행산업'이란 보고서에서 한국정부가 추가구조조정에 시급히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 은행산업의 건전성이 다시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기관 구조조정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임에 틀림이 없는데 정부는 구체적인 계획과 자금조성계획 발표를 늦추고만 있다.

대한투신과 한국투신에 대해 4조9천억원의 공적자금투입 계획만 밝혔을 뿐 나머지 금융기관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당국자들이 운만 떼놓고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시장이 정부에 듣고 싶어하는 것은 대한 한국 현대투신 문제 만이 아니다. 서울투신, 서울보증보험, 나라종금, 서울은행, 제일은행, 대형화를 위한 은행합병 등 화급한 문제가 수북히 쌓여있다. 우리경제가 재도약하는데 발목을 잡고 있는 금융기관 부실을 말끔히 털어내고 새출발할 수 있는 방안과 구체적인 자금조달계획을 시장은 듣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기호 경제수석이 지난3일 금융기관 추가구조조정에 40조원이 필요하다고 운을 떼놓고 열흘이 지났는데도 구체적인 발표를 미루는데는 야당의 동의나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처리를 미룰수록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이 망가지고 비용만 더 늘어날 뿐이라고 시장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어렵더라도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대해 정공법으로 나가야지 편법으로 덮고 넘어가려 할 경우 경제위기가 다시 올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복 <동아닷컴 기자> bb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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