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은 법다와야 한다

  • 입력 2000년 5월 1일 19시 03분


‘법의 날’인 1일 위헌법률로 버려진 택지소유상한법의 피해자 일부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사실이 보도되었다. 최근에 있었던 ‘과외금지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함께 우리의 법의식, 입법관행을 되새겨보고 반성하게 하는 사례들이다. 사회문제 사회병리를 오직 법에 기대어 막아보겠다는 일종의 법만능주의 법률편의주의가 이런 크고 작은 파탄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택지소유상한법은 89년 입법될 때부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사유재산권 시장경제체제를 전제로 한 우리 헌법정신에 반하므로 그런 법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게 반론이었다.

그러나 천정부지로 치솟는 땅값과 아파트값, 그 부동산 광풍(狂風)을 잠재우기 위해 법률이라는 채찍을 들지 않으면 안된다는 주장이 압도하게 되었다. ‘일반물가는 10여년간 4배 올랐는데 부동산은 16.8배나 올랐지 않았느냐’는 대중정서 속에 위헌 입법은 강행되었다.

이제 와서 입법 심의가 부실했다고 국회만 나무랄 수도 없다. 정부가 앞장서서 입법을 서둘렀고 사회분위기와 국민정서 때문에 야대(野大)국회도 위헌법률을 만들어준 것이다. 그리고 과외금지 입법이 그랬듯이, 부동산 광풍을 잠재우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한 것도 분명하다. 비록 ‘첫단추’는 잘못 꿰어졌지만 급한 대로 옷은 입고 나설 수 있었던 셈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첫단추’를 잘못 꿰는 바람에 잃은 것들은 입법으로 얻은 ‘광풍 진정(鎭靜)’ 이상일 수도 있다. 우선 법과 정부에 대한 불신의 문제다. 뒤늦게 위헌 결정이 내려짐으로써 꼬박꼬박 부담금을 낸 수많은 성실한 국민만 손해를 보고 다투고 버틴 사람은 득을 보았다. 그러한 불신이 초래하는 코스트, 그로 인한 행정측면의 손실은 실로 헤아릴 수조차 없다. 또 헌재가 이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부담금 환급을 막아버린 것은 국가의 주머니 사정을 돌보는 장점이 있는 듯하지만 결국 이번처럼 소송으로 번지고 국민과 국가간의 사법비용이 늘어나면 무엇이 득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법은 법다워야 한다. ‘정서’의 바람을 타고 생떼에 휘말려 위헌소지를 무릅쓰고 법을 만드는 것은 필시 또 다른 손실과 재앙을 부른다. 또 국회의원들의 이기주의가 형평성을 잃은 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선거법 중에 현역의원들의 의정보고대회 등은 무제한으로 터놓고 신인들의 유권자 접촉은 봉쇄해버린 것이 그 한 예이다. 이런 것들은 제대로 손질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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